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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회계감사의 기능 회복시키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03 17:06

수정 2015.05.03 17:06

외부감사 통과의례 여겨 감사품질 저하 우려 커 지나친 규제 풀어내야

[특별기고] 회계감사의 기능 회복시키자

억울하기도 하겠다 싶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싸잡아서 잘못될 가능성이 있다고 올가미를 씌우고 관리하는 비용도 더 내란다. 우리 회사를 잘 알고 감사를 잘 해줄 회사를 내가 알고 있는데, 전혀 우리와 관계도 없는 제3자에게서 감사를 받으란다.

외감법이 개정되면서 많은 회사들이 감사인을 지정받게 됐다. 불만도 많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하면 이도 우리 기업들의 사필귀정이란 생각이 든다.
한국 회계감사의 투명성은 세계에서 거의 꼴찌라고 볼 정도로 추락했다. 이로 인해 주가는 저평가되고, 차입이자는 높아진다. 이 틈을 타서 외국투자자들은 우리 증권시장에서 많은 돈을 벌어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의 한정된 자원이 적재적소에 배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자원이 배분돼서는 안 될 곳, 즉 비효율적인 기업에 지나치게 많은 자원이 배분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회계의 사회적 역할이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감사는 원래 경영자들에게 경영을 위탁한 주주들이 경영자가 보고하는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부합하게 작성됐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그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전문가인 공인회계사들에게 이 과정을 위탁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외부감사를 일종의 통과의례로 생각한 점이 적지 않다. 되도록 싸게, 쉽게 통과하기를 바랄 뿐이다.

기업은 경제상황에 따라 부침이 있기 마련이다. 어려울 때, 기업의 성과가 좋지 않을 때 혹시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하여 사실을 왜곡해 좋게 보이려는 동기가 존재한다.

특히 부채의 비중이 크면 상황이 좋을 때는 레버리지 효과로 인해 주주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이익을 가져오지만 경기가 나쁠 때는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이자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수익성이 저하될 때에는 주위의 이해관계자들에 자신의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을 변명하려 할 것이다. 그 변명수단이 자칫하면 회계분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은폐하기 위해 자신의 말을 들어 줄 회계법인을 찾기도 한다.

회계감사는 그간 자유수임제 덕분에 회계법인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다른 제품들과는 달리 회계감사는 기본적으로 공공재의 성격을 띠게 된다. 이로서 감사시장이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필요 이하로 품질이 낮은 감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낮은 감사보수에도 기인하게 된다.

동일한 감사인에게 오랫동안 감사를 받으면, 감사품질이 낮아질 것으로 본다든지 감사의 효익에 비해 감사인에게 너무 많은 감사보수를 주고 있다고 여긴다든지 등의 오해가 감사품질의 저하를 가져오게 된다. 특히 감사를 통과의례로 여기는 경영자의 태도는 외부감사의 품질 향상을 막는 큰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요약하면 회계감사에서 시장의 기능이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등장한 것이 공공기관의 규제다. 규제를 통해 감사 본연의 기능을 회복시키려는 것이다. 이번의 외감법 개정에 의한 감사인 지정도 이런 시도로 볼 수 있다.

규제를 하다보면 약간 지나친 면도 없지 않고, 회계자료를 오도할 의도가 전혀 없는 기업의 경우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억울하더라도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우리나라에서 감사시장이 정상화되어 회계감사가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아 회계 투명성이 개선될 수 있다면, 그리고 회계 본연의 기능이 회복되어 한정된 자원이 필요한 곳에 잘 배분돼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런 불편함도 감수할 가치가 있다. 다만 이를 기회로 기업도 회계와 감사의 기능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규제기관도 지나친 규제가 되지 않도록 해법을 찾아가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회계법인들도 이번 기회를 감사수수료 증대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감사품질의 향상에 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송인만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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