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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삼성 '빅딜'계열사, 한화 비전 동참할 때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04 16:38

수정 2015.05.04 16:39

[차장칼럼] 삼성 '빅딜'계열사, 한화 비전 동참할 때

요즘 프로야구판이 '한화앓이'에 빠져 있다. 한화가 어떤 팀인가. 최근 6년간 다섯 차례나 리그 최하위를 차지한 '꼴찌의 아이콘'이다. 2013년에는 1988년 이래 최저 승률(0.331)과 최다 연패(13연패)의 오명을 뒤집어썼다. 지난해에도 128경기를 치르면서 챙긴 승수는 고작 49승(77패). 승률 0.389다. 3년 연속 꼴찌는 당연지사.

한화의 끝없는 추락을 지켜보던 많은 팬이 떠났다. 코치진의 전술 부족과 선수들의 무기력한 플레이 등 한화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패배의식마저 무겁게 팀을 짓눌렀다.

그랬던 한화가 올 시즌 환골탈태했다. 시즌 초반이지만 15승12패(5월 3일 기준)로 5할 이상의 승리를 거두고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적이다. 한화의 초반 선전은 올해부터 지휘봉을 잡은 '야신' 김성근 감독의 용병술을 첫손으로 꼽는다. 그리고 김성근식 야구의 중심에는 권혁이 있다.

1983년생인 권혁은 13년차 좌완 불펜투수다.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이다. 2002년 입단 이후 13년을 오직 삼성 라이온스에서만 뛰었다. 국내에서는 드문 150㎞대 좌완 강속구를 자랑하며 삼성의 든든한 계투진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무리한 출전 탓인지 2010년 이후 난조를 보였다. 특히 한국시리즈 등 큰 경기에서 약점이 노출됐다. 두껍기로 소문난 삼성 마운드에서 그가 서는 경기는 갈수록 적어졌다. 기회가 줄어드니 기량도 더 나빠졌다. 2010년까지 매년 70이닝을 소화하던 출전 기회는 2013~2014년 연속 30이닝대까지 추락했다.

결국 권혁은 이적을 선택했다. 작년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자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팀에서 뛰고 싶다"며 한화행을 택했다. 권혁은 한화 입단 이후 한풀이를 하듯 연일 호투하며 수호신으로 떠올랐다. 현재 1승1패 6세이브. 자신을 키워주고 정들었던 고향팀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권혁이 삼성과 결별을 선언한 작년 11월 26일, 삼성과 한화 간 또 다른 '빅딜'이 있었다. 삼성이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4개 계열사를 1조9000억원에 한화에 매각하기로 한 것. 빅딜 발표 이후 5개월이 흐른 지난달 30일 삼성과 한화는 유화 계열사인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인수를 먼저 마무리했다. 인수 과정에서 일부 직원은 노조를 결성해 '한화맨'이 되는 걸 거부했다.

표면적으로는 회사의 일방적 매각 결정에 대한 반발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삼성' 배지를 떼는 대가를 요구했다. 일종의 '정신적 위자료'를 달라는 것이다. 위로금 협상은 우여곡절 끝에 한화로 입양되는 1800여명의 직원에게 1인당 평균 6000만원을 주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웬만한 대기업 일년치 연봉이다. 절반 가까운 비노조원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어찌 보면 한화 인수로 '국내 최대 석유화학사 직원'이 되는 이득도 크다. 하지만 매각사 노조는 '6000만원+α'를 요구하는 분위기다.
노조는 한화와 위로금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곱게 보는 시선은 이제 거의 없다.
'열정페이'와 '청년실업률 11%'가 우리 주변의 민낯이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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