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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이 선택한 여배우 수현 "이제 한걸음 나아갔을 뿐이에요"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05 16:53

수정 2015.05.05 16:53

흥행중인 영화 '어벤져스 2' 과학자 헬렌 조 역할로 화제
연약하지만 강인한 눈빛으로 조스 웨던 감독에게 낙점 "다른 캐릭터와의 조화가 중요 분량에 대해선 신경 안써요"
수현(오른쪽)은 '어벤져스2'에서 주인공들을 돕는 천재 과학자 헬렌 조 역을 맡았다.
수현(오른쪽)은 '어벤져스2'에서 주인공들을 돕는 천재 과학자 헬렌 조 역을 맡았다.

생애 첫 필모그래피를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으로 썼다. 어벤져스 요원들을 치료하는 천재 과학자 닥터 헬렌 조 역할이었다. 지난 12월 끝난 넷플릭스의 대작 드라마 '마르코 폴로'에서는 몽골 여전사 쿠툴룬으로 분했다. 첫 영화로 '마블 유니버스'에 입성했고, 미국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드라마 시즌2 촬영을 앞두고 있다.
남들은 꿈만 꾸는 할리우드에서 영화와 드라마로 겹치기 출연이라니.

그 대단한 배우 수현을 지난달 28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수현은 예상보다 키가 컸고, 화면보다 훨씬 예뻤다. 그리고 '마블의 신데렐라'라는 말이 어색할 만큼 덤덤했다. "영화 개봉 이후 변한거요? 이름이 '어벤져스 수현'으로 바뀌었죠. 사람들이 제가 지나가면 '어벤져스 수현이다'라고 해요."(웃음)

사실, 국내에서 그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다. 뚜렷이 떠오르는 이미지도, 작품도 없다. 하지만 할리우드는 이미 2010년부터 그를 눈여겨 보고 있었다. KBS 2TV 드라마 '도망자 플랜 B'에서 원어민 수준의 유창한 영어 실력을 선보였을 때 부터다.

2013년 헬렌 조의 캐스팅을 위해 '어벤져스' 제작진이 한국을 찾았다. 기존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한 전형적인 동양인의 모습을 벗어난 수현의 이목구비와 큰 키가 제작진들의 시선을 먼저 사로잡았다. 어벤져스 조스 웨던 감독은 약해 보이는 수현의 눈빛에서 악당 울트론의 말에 순순히 따르지 않을 강한 힘을 느꼈다고 했다.

"제작진들의 말이 당시 오디션에 참여한 배우들 중 오디션 시작 때 모습과 끝 모습이 일치한 사람이 저 뿐이었다고 해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이 전달된게 아닌가 해요."

'어벤져스2'에서 헬렌 조가 등장하는 장면은 많지 않다. 하지만 부상당한 어벤져스 요원들을 치료하고 악당 울트론과 대적하는 가장 강력한 요원 '비전'의 등장에 큰 역할을 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신의 갯수나 시간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했어요. 스토리상 중요한 인물을 만드는 역할이라는게 기뼜죠. 오히려 헬렌 조라는 인물의 인간적인 부분, 다른 캐릭터들과 어우러지는 부분에 더욱 집중했어요."

그가 처음 경험한 '마블 유니버스'는 어땠을까.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스케줄에 쫓기지 않고 모두 즐겁게 일해요. 치밀하고 완벽한 시스템에 맞춰 움직이고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제작에도, 배우들에게도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함께 촬영한 어벤져스 요원들은 모두 털털하고 수수했다고 털어놨다. 가장 친한 배우로는 헐크 역의 마크 러팔로를 꼽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처음 만난 날 아래위를 주황색 옷을 입고 와서는 '나 네온 사인 같지 않아? 공사장 설정이야'라면서 농담을 했어요. 스칼렛 요하슨도 여자 배우들 끼리의 견제 없이 정말 털털하고 수수한 모습이었죠. 마크 러팔로는 정말 상대에 대한 배려가 많고 인간미 넘치고 따뜻한 '스웨터 같은 느낌'이예요."

수현은 이제 세계가 지켜보는 배우가 됐다. 앞으로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인다. 그는 우선 유럽으로 건너가 '마르코 폴로' 시즌2 촬영에 돌입한다. 국내 활동 계획은 아직 없다.


"이제 한 걸음 나갔다고 생각해요. 돈과 성공에 홀려 내 신념과 나 자신을 잃지 않고 계속 걸어왔던 길을 가려고 해요. 당장의 스포트라이트는 중요하지 않아요. 독립영화도, 아트필름도, 아직 해야할 경험들이 너무 많거든요. 국내외 작품 가리지 않고 많이 경험해보고 싶어요."

인터뷰가 끝날 무렵, 마블의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여리고 부드러운 눈빛에서 강한 '신념'이 느껴졌다.


"'저 사람이 저 사람이었어'란 말을 들을 수 있는, 완전 다른 사람 같이 보일 정도로 많은 모습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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