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뮤지컬 팬텀
배우의 가창력은 '화려' 빈약한 드라마엔 '실소'
지난달 28일 한국 초연 무대를 연 뮤지컬 '팬텀'은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두 작품은 비슷한 시기에 쓰여졌지만 '오페라의 유령'이 1986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먼저 초연됐고 '팬텀'은 5년이 흐른 뒤에야 미국 휴스턴에서 첫선을 보였다. '오페라의 유령'은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힐 만큼 명성을 얻은 데 반해 '팬텀'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페라의 유령'은 2001년 라이선스 초연 이래 숱한 재연 때마다 문전성시를 이뤘다. 반면 '팬텀'은 그 존재를 아는 사람조차 드물었다. '오페라의 유령'이 굳건히 자리잡은 가운데 뮤지컬 '팬텀'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많은 사람이 말했다. "굳이 왜?" 이 작품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이유다.
한국 초연을 연출한 로버트 요한슨은 "최고의 뮤지컬 스타와 오페라 스타, 발레리나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고 했다. 사실이다.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해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 유발자가 된 박효신은 폭발적인 가창력과 감정 연기로 상처가 많은 팬텀 역할을 휼륭히 소화해낸다. 팬텀의 감정선에 따라 7종의 가면 29개가 수시로 바뀌는 순간도 볼거리다.
캐스팅 공개부터 화제를 모은 '고(古)음악의 디바' 임선혜는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고음을 완벽히 콘트롤하며 관객들의 환호를 한몸에 받는다. 밝고 사랑스런 크리스틴 캐릭터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부족한 드라마를 노래 실력으로 메꿀 수는 없었다. '오페라의 유령'이 보유한 '더 팬텀 오브 디 오페라' '뮤직 오브 더 나잇' '싱크 오브 미' 같은 킬링 넘버가 부재한 탓도 크다.
요한슨 연출은 공연에 앞서 "'팬텀'은 '오페라의 유령'보다 팬텀의 유년기와 가면을 쓰게 된 배경을 좀더 깊이 설명한다는 점 때문에 더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또한 사실이다. 팬텀의 출생의 비밀, 팬텀이 괴물로 태어나게 된 연유, 팬텀의 부모가 누구인지, 샅샅이 파헤친 뒷얘기는 '막장 드라마'와 같은 재미를 준다. 팬텀이 극장 지하에 숨어 살 수밖에 없었던 개연성도 충족시킨다.
다만 이걸 무대로 옮기는 방식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발레리나였던 팬텀의 엄마가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고 팬텀이 태어나는 과정은 충분히 흥미진진한 얘깃거리다. 그런데 이 부분이 약 12분간의 발레와 팬텀의 아버지로 밝혀진 극장장의 '내레이션'과 같은 고백으로 밋밋하게 연출된다. 김주원, 윤전일 등 국내 최정상의 무용수들의 무대를 해설하는 수준이다.
극장장 제라드 카리에르가 "내가 너의 아버지다"라고 밝히자 팬텀이 "알고 있었어요, 아버지"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객석 여기 저기서 실소가 터져나오기도 한다.수준급의 오페라와 발레, 화려한 무대, 의상으로 '팬텀'은 종합선물세트를 선사한다. 그러나 이것저것 마음에 드는대로 담은 세트는 조화를 이루지 못한 느낌이다. 7월 26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5만~14만원. (02)517-6334 이다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