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엔 22억명… 대륙 자체 내수시장이 희망적
지난해 아프리카 대륙에는 두 가지 대형 악재가 발생했다. 연초 서아프리카 국가 기니에서 시작된 에볼라가 첫 번째이고,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이 두 번째 악재다. 불행히도 이 두 대형 악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특히 그동안 아프리카 경제성장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온 석유와 원자재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가격이 크게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이미 원자재 가격이 장기간 상승하는 수퍼사이클이 종료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면 아프리카 경제는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와 관련하여 그동안 널리 적용돼왔던 세계 각국의 성장 방정식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산업화 과정을 거친 나라들의 경우, 1차 산업인 농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의 발달 후 3차 서비스산업이 성장하는 길을 걸어왔다. 이 과정에서 제조업은 수출을 통해 규모를 키우는 대외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제조업 발달이 늦어 지금까지 수출경쟁에 뛰어들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바로 여기에서 아프리카가 당면한 문제가 드러난다. 원자재와 유가 폭락으로 주 수출상품인 1차 산품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줄어든 데다, 아직 따라잡지 못한 제조업은 이미 2차 산품 공급과잉 시대로 접어들면서 더 이상 후진국들에게 수출시장 참여의 여지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아프리카 내수'(아프리카 대륙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전제한 개념) 중심의 성장 전략을 추진하는 길 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프리카가 거대한 내수시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는 이미 11억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아프리카 내수시장의 잠재력은 13억 인구를 보유한 중국을 능가한다. 중국 인구의 정점은 대략 14억 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아프리카 인구는 2050년 22억 명, 2100년에는 36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전망은 아프리카 경제에 다양한 가능성을 부여한다. 당장 커지는 내수시장이 대륙 바깥의 수출시장을 대신 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다른 대륙으로의 수출이 어렵더라도 경제수준이 비슷한 내륙 내 교역은 얼마든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기회를 찾아야 하고 또한 아프리카는 그렇게 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 대륙에는 동남아프리카공동시장(COMESA), 동아프리카공동체(EAC) 등 8개의 '지역경제공동체(RECs)'가 존재한다. 이들 지역경제블록은 회원국 상호 간에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낮춰 교역을 활성화하고 있다. 또한 일부 아프리카 국가는 복수의 지역공동체에 중복 가입함으로써, 이 8개의 지역경제공동체가 자연스럽게 아프리카 전역을 경제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정치·경제적 통합 논의와 더불어 이러한 움직임이 어떤 가능성을 만들어낼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분명한 사실은 아프리카 경제가 지금까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역외 수출 등 대외 요인에 대한 기대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역내 후발 국가들 간에 상호 윈윈을 도모하는 식의 대내 요인에 크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 때문이다. 수출까지 염두에 둔 제조업 발전정책 대신, 처음부터 내수시장에 초점을 맞춘 상황에서 1,2,3차 산업의 황금비율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아프리카 경제 2.0시대'의 열쇠이기도 하다.
박경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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