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한국 거포 이대호 일본 홈런왕 노린다
이승엽·백인천·장훈도 하지 못한 한국 선수중 최초 日 홈런왕 기대
작은 키지만 남들보다 멀리 쳤다. 김우열(두산 2군 코치)과 김재박(전 LG 감독)은 실업야구 홈런왕들이다. 둘 다 174㎝다. 이는 대외용(?)이고 더 작을 수도 있다. 김우열은 한 번도 아닌 세 차례나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김우열은 1969년 갓 20세에 첫 홈런왕에 등극했다. 110㎏의 거구 김응룡(전 한화 감독)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당시엔 충격적 사건이었다. 1978년엔 6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냈다. 한국 야구 신기록이었다. 종전 기록은 박현식(초대 삼미 슈퍼스타즈 감독)의 5경기.
김우열은 선린상고 2학년 때까지 벤치 신세였다. 60㎏이 채 못되는 작은 체구 때문이었다. 3학년으로 올라가 겨우 주전 자리를 꿰찼고 턱걸이로 실업(제일은행)에 입단했다.
홈런은 힘으로 때려내는 것이 아니다. 스윙으로 만들어낸다. 배트 스피드가 뛰어나지 않아도 홈런을 칠 수 있다. 힘으로 하면 국내 타자들이 외국인 용병들을 당해내기 힘들다. 그런데도 용병 제도 도입 이후 17년 동안 외국인 타자 홈런왕은 두 차례 뿐이다. 2005년 서튼(현대) 이후 9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이대호(33·소프트뱅크)는 194㎝, 130㎏의 거구다. 국내 프로야구 시절 두 차례(2006년, 2010년) 홈런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야구 전문가들은 이대호를 전형적인 홈런 타자로 보지 않는다. 김우열이나 장종훈(롯데 타격코치), 이승엽(삼성), 박병호(넥센)와는 다른 유형이다. 장거리보다 중장거리 타자에 가깝다.
그런 이대호가 변했다. 이대호는 10일 라쿠텐전서 홈런을 때려냈다. 4경기 연속 홈런. 5월 들어서만 6개째다. 무서운 기세다. 이날 시즌 10호 홈런을 기록한 이대호는 다나카 쇼(니혼 햄)와 나란히 퍼시픽리그 홈런 공동 선두로 나섰다.
한국 선수는 아직 단 한 명도 일본 프로야구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했다. 타격(백인천), 타점(이대호), 세이브(오승환) 부문에만 이름을 올렸다. 한일 통산 563개(10일 현재)의 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조차 2006년(당시 요미우리·41개) 2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1위는 두산에서 활약했던 타이론 우즈(당시 주니치·47개).
일본 프로야구 홈런왕 타이틀 부문은 한국과 달리 용병들의 강세다. 센트럴리그는 최근 6년 연속 용병들 차지였다. 그나마 퍼시픽리그는 지난해 용병(메히아)과 일본 타자(나카무라·이상 세이부)가 공동 1위에 올랐다.
한국 용병 이대호가 다국적 군단 타자들과의 홈런포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다른 도전자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공동 선두 다나카는 물론 마쓰다(소프트뱅크), 크루즈(지바 롯데), 나카무라(세이부·이상 8개) 등이 바짝 뒤를 쫓고 있다.
이대호의 홈런 타자 변신은 구장 개조 덕을 톡톡히 봤다. 오릭스 시절 이대호는 2012년, 2013년 거푸 24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소프트뱅크로 옮긴 지난해는 19개로 줄었다. 보스턴의 홈구장 그린몬스터를 닮은 높은 담장 탓이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외야 담장을 앞당겨 '홈런 테라스'를 만들었다. 지난해 경기 당 0.51개였던 홈런 수가 1.26개로 크게 늘었다. 관중을 위해 만든 공간이 투수 친화 구장을 타자 중심으로 변화시켰다. 이대호의 10개 홈런 중 1, 6, 7, 8, 10호 등 5개 아치가 '홈런 테라스'에 떨어졌다.
이승엽과 백인천은 물론 전설의 강타자 장훈도 홈런왕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한국 국적 재일동포 장훈은 도합 7차례 수위 타자에 올랐다.
통산 504개의 홈런을 때렸다. 하지만 번번이 홈런왕을 놓쳤다. 이대호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