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까치는 민화의 단골 소재다. 이른바 '호작도(虎鵲圖)'다. 이런 그림에는 으레 호랑이가 전면에 등장하고 주변에 뻗어 있는 소나무나 괴석 위에 까치가 앉아 있게 마련이다. 옛사람들은 길조의 상징인 까치와 영험한 동물인 호랑이가 등장하는 그림을 집에 걸어둠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찾고자 했던 듯하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도예가 김소선은 백자를 캔버스 삼아 그 위에 민화를 그리는 작가다.
상서로운 기운을 전하는 김소선의 작품은 뜨거운 불 속에서 탄생한다. 섭씨 800도에서 초벌 작업을 한 뒤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고, 이를 다시 1300도가 넘는 가마에 넣어 비로소 작품을 완성시킨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가나아트센터는 "김소선의 과감한 구도와 힘 있는 필치, 화려한 색감은 한국인의 일상적인 미의식을 마음껏 표현하고 있다"면서 "차가우면서도 열정적이고, 호방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김소선의 백자 민화는 민화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창의성과 해학이 넘친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에는 가로 4m, 세로 1m의 대형 작품 '소나무와 흰 호랑이'도 출품돼 눈길을 끈다. 32개의 도자기판을 이어 붙여 만든 이 대작은 네 마리의 흰 호랑이가 소나무 숲에서 뛰놀고 있는 장면을 포착한 것으로 고운 백색 도자 위에 표현해낸 호랑이의 형상이 호방하면서도 해학적이다. 전시는 오는 6월 21일까지. (02)3217-0232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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