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시늉에 그친 공기업 기능조정
잉여인력은 그대로 재배치.. 민간 노동개혁에 나쁜 선례
정부가 27일 공공부문에 대한 2단계 구조개혁 방안을 내놨다. 사회간접자본(SOC)·농림수산·문화예술 등 3개 분야 87개 기관 가운데 52곳의 업무를 조정하고 4개 기관을 폐지하는 게 골자다. 이 원칙에 따라 유사·중복 기능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높이고 민간부문과의 경쟁관계에 있는 업무는 폐지해 민간경제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앞선 개혁 1단계는 부채감축이었다. 이로써 박근혜정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과제인 4대 구조개혁의 한 축인 공공부문 구조개혁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경제발전과 함께 민간부문의 역량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공공부문의 역할이 줄었다. 그런 만큼 정부는 공공부문이 맡아온 업무를 민간영역으로 넘기고 시장기능에 맡겨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기능조정의 원칙은 제대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이게 개혁 차원의 구조조정 방안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정부는 이번 기능조정으로 3개 분야에서 5695명의 잉여인력이 발생한다고 봤다. 구조조정 대상 공공기관 87곳 총 정원(7만7143명)의 7.3%에 불과하다. 이마저 모두 핵심업무에 재배치하겠다고 한다. 인위적으로 인력을 줄이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선도 그었다. 불가피하게 민간에 매각하거나 기관이 통폐합할 경우 최대한 고용을 승계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기능조정만으로도 노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여기에 인력구조조정까지 거론되면 자칫 공공부문 구조조정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효율성 제고'라는 구조조정 원칙을 훼손하면 죽도 밥도 안된다. 기능조정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업무의 대폭 축소다.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인력감축은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고용보장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4대 개혁, 특히 노동개혁의 시금석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공공부문에서 지나치게 고용유지에 집착한다면 민간부문 구조조정은 어떻게 되겠나. 사업매각 때 '고용승계'는 불문율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나쁜 선례를 정부가 앞장서서 만드는 셈이다.
안 그래도 민간과의 경쟁분야를 폐지하는 데 따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60㎡ 초과 중대형 분양주택사업 폐지가 대표적이다. LH의 분양주택사업은 민간과 경쟁하면서 과도한 분양가 인상을 억제하는 지렛대 역할을 했다. 가뜩이나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마당에 공공부문의 분양이 없어지면 민간분양가 견제수단이 사라진다. 수십년에 걸친 독점화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와 각종 정보를 민간에 체계적으로 넘겨주는 일도 중요하다.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개혁이다. 거품을 걷어내서 효율성을 높이자는 거다. 고용유지에 지나치게 집착하다가 공공부문 구조개혁을 망칠 수 있다는 걸 당국자는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