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문을 닫은 '쥬라기 공원'이 '쥬라기 월드'(사진)가 돼 돌아왔다. 규모는 훨씬 커졌고 최첨단 시설로 무장했다. 더 무섭고 강한 것을 요구하는 관람객들 탓에 공룡들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랩터, 티라노사우르스 뿐 아니라 하늘을 나는 익룡 프테라노돈, 바닷속에 사는 거대한 공룡 모사사우르스도 등장한다.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하이브리드 공룡들은 인간과 소통이 가능할 만큼 똑똑하다.
하지만 실제 같은 공룡들이 코앞에서 누비는 화려한 3D와 아이맥스 화면 앞에서 이상하게도 공허했다. 1993년 '쥬라기공원'에 처음 등장한 브라키오사우르스를 봤을 때, 그 전율과 감동은 세월을 조금도 건너오지 못했다. 이미 너무 많은 자극에 무뎌진 탓일까, 아니면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속편의 한계일까.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은 화석이 된 모기의 몸 안에서 채취한 공룡의 피로 복원한 DNA에 개구리의 DNA를 섞은 결과로 탄생한다. '쥬라기 월드'에서 유전자 조작은 더욱 복잡해진다. 공룡들은 열감지도 하고, 주변 환경에 따라 보호색을 쓰기도 한다. 자연의 섭리를 무시한 유전공학이 위험한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그로 인한 결과는 더욱 참담하다.
육해공을 장악한 공룡들은 공원에 모여든 관람객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고, 무자비하게 삼켰다.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CG가 자극의 강도를 배 이상 끌어올린 덕에 화면은 더욱 자극적이고 긴장도도 높다. 중간중간 '쥬라기 공원'의 흔적을 배치해 과거 추억을 되살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스토리는 1편 '쥬라기 공원'에 한참 못미쳤다. 인간을 위협하는 공룡까지 등장해 판은 한껏 커졌지만 스토리 전개는 거칠고 짜임새도 헐거웠다. 화려한 화면에 눈은 바삐 움직였지만 공감이 부족한 탓에 마음이 이끌려가진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1990년대에 머물러 있는 대사다. 뜬금없고 시쳇말로 오글거린다. 스필버그의 고집스런 '인간애' 메시지가 억지스럽게 우겨넣어진 결과로 보인다.
이제와 뒤늦게 그런 생각을 한다. 공룡은 애초에 상상 속 신비로운 존재로 남았어야 했던 건 아닐까. '쥬라기 월드'의 욕심은 결국 22년 전 '쥬라기 공원'의 좋은 추억마저 망쳐버렸다. 영화 속 쥬라기월드가 범한 실수는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된 셈이다.
우리 시대의 거장 스필버그는 어쩌면 감을 잃었고, 어쩌면 아직 너무 순수했다. 스필버그를 탓하기에도, 변해버린 스스로를 탓하기에도 씁쓸하긴 마찬가지다.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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