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버스에서 기침만 해도 주위의 시선이 따갑다. 사내 게시판에는 어느 사업장에 누가 확진판정을 받았다, 누가 격리조치되었다더라 등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넘쳐나고 있어 회사 분위기도 뒤숭숭하기 그지 없다."
최근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 하는 한 대기업 부장에게 '메르스' 사태이후 회사 분위기가 어떤지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이름도 생소한 '중동호흡기증후군', 일명 메르스가 한반도를 휩쓸면서 기업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권에서 대규모 사업장과 생산설비등을 운영중인 기업들은 주요 생산 현장에서 메르스를 막아내기 위해 전사적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나, 어이 없는 꾀병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어 기업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에서는 화성 사업장으로 출근하는 한 협력사 직원이 메르스 확진자였다는 소식이 사내공지 사항으로 전달되면서 한때 소동이 벌어졌다. 같은 버스로 출근한 직원 전원은 즉시 자택으로 귀가조치됐다.
심각한 상황인 듯했지만 이 사건은 협력업체 직원의 '꾀병'으로 밝혀졌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삼성마저 메르스에 노출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국민적인 불안감을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
또 최근 중국에서 메르스 확진자로 판명되어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한국인이 LG 계열사 직원이라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회사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적극 해명했지만 중국 현지 언론들까지 이런 내용을 보도하면서 근거 없는 불안을 더욱 키우기도 했다.
요즘 대기업들은 메르스 차단에 최선을 다하면서, 만에 하나 확진자가 나올 경우 이를 기업의 전체 이미지와 연관짓는 여론이 나올까봐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재벌닷컴이 집계한 우리나라 대기업 종업원수를 보면 삼성그룹이 26만여명, 현대자동차 그룹이 15만여명, LG그룹은 14만여명에 달한다. 세 회사만 합쳐도 직원수가 50만명이 넘는데, 이중 확진자가 나왔다고 해서 이를 해당기업의 잘못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문제다.
기업들은 매년 개최하는 행사나, 주요 전략회의까지 취소할 정도로 메르스 확인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옥의 1층 로비에 열감지 카메라가 없는 회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우리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항상 정보에 귀를 세우고 있어야 하는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불필요한 확대 해석이나 소문에 휘둘려서는 곤란하다. 작은 불안이 더 큰 불안을 만들고, 이는 가뜩이나 경직된 사회분위기를 더욱 굳어지게 만든다. 개인위생에 각별히 신경쓰면서 침착하게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때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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