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사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22 18:11

수정 2015.06.23 10:32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사이.'

IBK기업은행은 1961년 중소기업자의 경제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 특수은행으로 설립됐다. 그간 공공기관 지정과 해제를 겪었으나 현재는 공공기관이자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국책은행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기업은행을 KDB산업.수출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과 같은 그룹으로 묶자니 모호하다. 이들 은행과 달리 영업 일선에서 고객 유치를 위해 동일한 조건으로 시중은행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은행 이름에서 받을 수 있는 '중소기업만 지원하는 은행' 대신 '개인고객도 이용 가능한 시중은행'이란 이미지를 갖추기 위해 광고에도 적극 나섰다.



기업은행은 지난 분기 가계대출 증가세도 전년 동기 대비 7%대 성장세를 기록, '본업'으로 삼고 있는 중소기업대출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자산 규모에서도 지난 3월 말 기준 230조원을 넘어서며 대형 시중은행과 견줄 만하다.

그런데도 기업은행은 평가와 규제에선 시중은행이 되길 거부한다.

일례로 기업은행은 올해 하반기 발표될 국내 시스템적 주요은행(D-SIB)에서 제외해 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금융당국이 산업은행을 D-SIB에서 제외키로 하자 같은 국책은행이란 이유를 들고 나선 것이다.

기업은행이 '주요한 은행'이 되고 싶지 않은 이유는 강화된 자본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바젤III에 따라 D-SIB에 선정된 은행들은 보통주 형태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4년간 순차적으로 1%포인트 추가로 쌓아야 한다.

기업은행은 손실보전조항이란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는 점도 한 가지 근거로 내밀었다.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기업은행의 손실금은 정부가 보전한다.

앞서 기업은행은 같은 이유에서 지난 1월 발표된 '은행 혁신성 평가' 공개대상에서도 제외되면서 정부의 '국책은행 감싸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은행들이 강화된 규제를 지키지 못해 가장 먼저 제동이 걸리는 부분이 배당인 만큼 정부가 받는 배당금이 축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지분 51.5%를 소유한 정부는 저성장 기조에도 지난 3년간 매년 1400억원의 배당을 받아왔다.
이 같은 정부의 특혜 시비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은 기업은행 스스로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요한 은행'임을 당당히 인정하는 것이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