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입차주 맘대로 車 팔면 횡령, 그車 사면 장물취득"...대법 전원합의체, 판례변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02 11:12

수정 2015.07.02 11:40

지입차량 6대를 소유한 배모씨는 회사와 관계가 나빠지자 차량을 처분하기로 했다. 6대의 차량 모두 회사명의로 돼 있지만 실소유주는 엄연히 자신인 만큼 배씨는 큰 문제의식 없이 차를 팔아치웠다.

차량을 사들인 사람은 중고차 수출업자 박모씨. 박씨는 사들인 차가 회사명의의 지입차라는 것을 알고 '명의를 이전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가격을 깍았다. 각종 문서를 위조하지 않는 이상 회사명의로 된 등기부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 뒤 회사의 고소로 두 사람은 나란히 법정에 서게 됐다.

배씨에게는 횡령죄, 박씨에는 장물취득죄가 적용됐다.

두 사람은 실질적인 소유주가 배씨인 만큼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두 사람에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사문서 위조와 위조 사문서 행사, 장물취득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고 2일 밝혔다.

차량의 실질적인 소유자인 지입차주라고 해도 명의상 소유자인 회사의 허가없이 차량을 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하고, 그 차량을 사들이면 장물취득죄가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판례는 지입차주가 차량을 처분하는 행위를 횡령죄로 처벌하지 않았다. 따라서 차를 사들인 사람도 특별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자동차는 등기부가 있고 등기상 명의를 바꿔야 완전히 소유권이 이전되기 때문이라는 것 종전 판례의 이유였다.

그러니까 지입차는 회사가 명의상 소유권만 가질 뿐 실제 관리·수익권은 지입차주에게 있으므로, 지입차주가 차량을 처분했다고 해도 관리·수익권만 넘어갔을 뿐 등기부상 명의는 여전히 회사소유로 남아 있는 만큼 횡령은 아니라는 것이다.


통상 지입차주들이 차량회사에 비해 열세인 지위에 놓여 있어 재산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점을 감안한 판례지만,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적지 않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이 종전 판례를 변경하면서 앞으로는 지입차주가 회사 동의없이 차량을 처분하면 횡령죄로 처벌받게 된다.


비록 차량의 실소유자의 행위이고, 처분한 뒤에도 등기상 권리자가 계속 회사로 남아있어 유효한 처분이 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처분을 했다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차량의 경우 등기부가 존재해 마치 부동산과 같이 취급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동산과 같이 거래되는 만큼 등기상 명의가 이전(법률상 처분)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실질적 사용·수익·점유권이 상실됐는데도 횡령죄 처벌을 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