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그리스, 디폴트 문턱에 서다] (1) 선진국 중 첫 국가부도.. 원인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07 17:25

수정 2015.07.07 21:51

부유층 年 2000억~3000억유로 탈세.. 청년 45%가 실업자
1980년대 포퓰리즘 정치 무분별한 복지정책 확대 사회 곳곳 부정부패 만연
제조업 기반 취약한데다 해운·관광업 의존도 커 유럽 경기침체 직격탄 노인·조기퇴직자 급증 국민 20% 연금으로 연명 연금지출 비율 유로존 최대


[그리스, 디폴트 문턱에 서다] (1) 선진국 중 첫 국가부도.. 원인은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문턱에 바싹 다가섰다. 디폴트가 현실화되면 유럽 국가 중 최초이면서 소위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 중 첫 사례다. 그리스의 몰락은 유럽연합(EU)의 균열을 몰고 올 유럽의 '아킬레스건'이다. 동시에 과도한 복지와 부패가 국가를 어떤 한계상황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반면교사 사례가 된다.

■선심성 정책이 화근 키워

벼랑 끝 그리스 이야기는 사실 1980년대부터 시작된다.

그리스 사회당은 중도 좌파에 속하는 정당으로 1981년 정권을 잡았다. 당시 사회당을 이끌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그리스 총리는 국가 기간산업을 국유화하는 한편 복지정책을 무분별하게 확장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주라"고 선언하며 임금인상 및 의료보험 확대를 추진했다. 그 결과 1970년대 연평균 4.7%였던 경제성장률은 사회당 8년 집권 사이 1.5% 수준으로 떨어졌다. 1999년 1월에는 유로화 사용을 위해 유럽통화동맹(유로존)을 상대로 참가 신청을 냈지만 자격 미달로 거절당했다.

1996년 집권한 사회당의 콘스탄티노스 시미티스 전 그리스 총리는 국영기업 사유화 등 개혁정책을 이끌어 2001년 유로존 가입에 성공했으나 기존 정책의 폐해를 모두 고치진 못했다. 그리스는 유로존 가입 이후 저리의 자금을 유로존에서 빌려 쓰면서 호황을 누렸다. 그리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03년 6.6%에 달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리스 경제는 운수 및 관광 같은 3차산업 중심으로 유럽 경기침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2007년 3.5%였던 실질 GDP 성장률은 2011년 마이너스(-)8.9%까지 떨어졌다. 불황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묵혀뒀던 병폐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연금공화국'의 최후

올 상반기 그리스와 국제채권단(EU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 협상의 최대 쟁점은 연금이었다. 채권단이 연금예산을 깎아 재정적자를 줄이라고 요구했지만 그리스는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BBC는 이달 초 보도에서 그리스노동연구소(INE-GSEE) 자료를 인용해 그리스 연금수급자들의 월평균 연금 수령액이 833유로(약 103만7659원)라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연급 수급자의 45%가 최저생계비(월 655유로)에도 못 미치는 연금으로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그리스의 평균 은퇴 나이는 61.9세로 프랑스(59.7세)나 벨기에(59.6세)보다 높다.

문제는 연금을 받는 인구 자체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현재 그리스에서 65세 이상의 연금 수급 대상자는 전체 인구의 20.5%에 이른다. 노인 부양비율 역시 노동인구 100명당 30명꼴이다. 여기에 경기불황이 겹치면서 55~64세 실업률이 5년 전 6%에서 20%까지 늘었다. 이들이 죄다 조기퇴직으로 연금을 받으려 들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연금을 내줄 청년들의 45%가 실업 상태이다 보니 정부가 부족분을 모두 메울 수밖에 없다. 2012년 기준으로 그리스의 GDP 대비 연금지출 비율은 17.5%로 유로존에서 제일 많았다. 결과적으로 그리스 정부는 국민 중 5분의 1 이상이 연금으로 연명하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비리로 얼룩진 그리스

그리스가 국제채권단의 지출감소 요구에 단골로 꺼낸 대응책은 증세였다. 아직 걷히지 않은 세금만 제대로 걷으면 채권단이 제시한 목표를 맞출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지난해 사임한 해리 테오하리스 전 그리스 국세청장은 올해 초 영국 텔레그래프지와 인터뷰에서 그리스 GDP의 6%에 달하는 세금이 걷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리스 내 자영업자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2배 가까이 높다"며 탈세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운업에 종사하는 부유층이 사업등록지 이전 등의 방법으로 연 2000억~3000억유로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09년 그리스 재정적자 중 3분의 2에 달하는 금액이다.

2008년 그리스 아테네 북쪽 에칼리 지역에서 자택에 수영장이 있으며 이에 따른 세금을 내겠다고 신고한 사람은 324명이었으나 위성 판독 결과 1만6974개의 수영장이 포착됐다.


이런 부패현상은 고위급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전 그리스 총리의 어머니는 스위스 비밀계좌에 5억5000만유로를 빼돌린 사실이 2012년 밝혀졌지만 특별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앞서 사회당 정권은 1993년 집권 당시 내각 요직에 총리 아들 등 친인척을 대거 뽑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