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김기사' 앱을 언급한 뒤 벤처자금 회수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김기사'와 같은 (자본)회수 시장의 성공 사례를 확산시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다음카카오는 '국민내비 김기사' 앱을 만든 벤처 록앤올을 626억원에 인수했다. '김기사'를 인수한 뒤 카카오택시가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박 대통령의 '김기사' 발언은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IPO는 벤처 가운데 일부 상위 랭커에만 해당된다. 지금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자금 회수가 더 활발하게 이뤄진다. '미스터 IPO'로 불리는 세계적인 재무학자 제이 리터 교수(미국 플로리다대)는 지난달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제 벤처 기업가들은 삼성, 오라클, 구글 같은 대기업에 '팔기 위해 회사를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좋은 기술을 더 비싼 값에 파는 게 벤처의 목표가 됐다는 것이다. M&A가 벤처 선순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는 달리 국내 벤처들의 M&A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캐피털이 M&A를 통해 자금을 회수한 비율(금액 기준)은 2.1%에 그쳤다. 이 연구원의 장정모 연구위원은 그 대응책으로 "M&A 전문 중개기관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될성부른 벤처를 발굴해 가치를 평가한 뒤 관련 세제·회계·금융 업무 등을 일괄 지원토록 하자는 것이다. 사실 이 아이디어는 새로운 게 아니다. 연초 금융위원회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중소기업·벤처 M&A에 특화된 증권사 육성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2년여 만에 창조경제의 토대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전국에 혁신센터도 속속 들어섰고, 크라우드펀딩법도 통과됐다. 작년 벤처캐피털 신규 투자는 총 1조6400억원으로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M&A는 벤처 씨앗을 좋은 열매로 키우는 밑거름이 된다. 더 많은 '김기사들'이 나올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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