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신년 기자회견 "기업인이라 역차별 해선 안돼"
박근혜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한 입장은 제한적 행사라는 점에서 일관성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대선 당시에 비해 점차 사면권 행사에 대한 입장에 '조건'이 붙으면서 비교적 탄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11월 16일 박근혜 후보 대선 공약 당시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제한한다"는 내용을 밝혔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절대 권한인 사면이 '유전무죄' 논란을 낳으면서 법과 원칙에 입각해 행사를 제한하겠다는 점을 천명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13년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과거 (대통령의) 임기 말에 이뤄졌던 특별사면 관행은 그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
집권 1년차인 2013년 12월 23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현 정부 들어 첫번째 사면을 염두에 두고 "부정부패와 사회지도층 범죄를 제외하고 순수 서민생계형 범죄에 대한 특별사면을 고려하고 있다. 내년 설 명절을 계기로 특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주기 바란다. 그 대상과 규모는 가급적 생계와 관련해서 실질적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 초부터 박 대통령의 기조에 일부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박 대통령은 올해 1월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인 가석방과 관련, "기존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 기업인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는 것도 안 되겠지만, 기업인이라서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 국민의 법감정, 형평성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법무부가 판단하면 될 것이다"고 언급했다. 당시 기업인 가석방과 관련,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여권 일각에서 기업인 사면 필요성을 잇따라 강조하면서 군불을 땐 가운데 박 대통령도 원칙론을 강조하면서도 탄력적인 입장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다.
문제는 성완종 리스트 의혹이 터진 지난 4월 박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입장이 주춤해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대국민 메시지에서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사면은 예외적으로 특별하고 국가가 구제해 줄 필요가 있는 상황이 있을 때만 행사하고 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면서 "그래서 그동안 극히 제한적으로 생계형 사면만 실시했다. 그런데 고 성완종씨에 대한 사면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의 훼손과 궁극적으로 나라 경제도 어지럽히면서 결국 오늘날같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어주게 되었다"고 밝혔다.
당시 성완종 정국이 여권에 최대 악재로 작용한 가운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대한 특사가 참여정부 측에서 주도했다는 점이 정국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박 대통령과 여권은 야당에 맞서기 위해 사면에 대한 엄격한 입장을 강조해 기업인 사면도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당시 박 대통령은 "경제인 특사 관련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면서 여론에 따라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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