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중기 해외 진출을 위한 정부의 역할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14 16:47

수정 2015.07.14 16:47

[특별기고] 중기 해외 진출을 위한 정부의 역할

세계 경기위축과 중국의 금융불안, 그리스발 위기로 유발되고 있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수출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한국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지금은 한국기업들의 수출지역 다변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동안 한국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과정을 살펴보면 문제점과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진출사례를 보면 정부·기업 간 역할에 대해 다시 고민을 하게 한다.

한국기업들은 그동안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현지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돌아보고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한국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며 경험한 시행착오의 대부분은 중국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이 한몫했다.
아직도 중국시장 진출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상거래관행, 사회, 문화에 대한 충분한 사전조사 없이 중국을 하나의 큰 시장으로만 보고 접근했기 때문이다. 독자진출이 의외로 많다는 점도 실패요인이었다. 중국은 외자합작회사의 경우 합작비율이 중국기업 51%, 해외기업 49%로 법적 규제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에 진출했다가 회사를 빼앗기거나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다 고생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한국기업들은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동남아시장에 진출해 시장을 선점해온 일본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과정을 참고 삼아야 할 것이다. 일본은 동남아시장에 진출하면서 일본 특유의 세밀함이 돋보이는 진출방식을 고수했다. 일본의 동남아시장 진출방식은 개별기업이 혼자 나가는 '독자 진출방식'보다는 여러 관련기업이 함께 동반 진출하는 '패키지 형태의 진출방식'을 채택했다. 패키지 진출방식이란 예를 들어 도요타자동차가 태국에 현지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수립하면 현지에서 자동차강판과 같은 소재공급을 책임지는 역할을 신일본제철과 같은 '철강회사'와 수출을 담당하는 '종합상사', 그리고 자동차강판을 가공하는 '코일센터'를 하나로 묶어서 합작사 형태로 도요타사 현지 공장과 인접한 곳에 가공공장을 설립하는 방식이다. 즉 '도요타사+철강사+종합상사+코일센터'가 패키지 형태로 동반 진출하는 것이다.

기억해둘 것은 이러한 동반진출 이면에 일본정부의 숨은 노력과 지원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과거 일본의 통상산업성 내 산업조정과가 산업 또는 기업정보를 공유하면서 조정과 중재 역할을 했다. 지금은 경제산업성으로 이름이 바뀌어 그 안에 무역경제협력국이란 부서를 두고 있다. 중국의 경우도 국가개발개혁위원회 안에 산업조정사라는 부서가 있다.

우리 정부는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겠다고 한다.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한국기업들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시장으로 나가고 있다. 그러나 해외진출 방식을 보면 여전히 사전 시장정보는 부족하고 독자진출의 형태를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중요한 것은 서두르는 것보다는 사전 시장조사와 분석, 그리고 국내 관련기업과의 동반진출을 통해 위험을 줄이는 일이다.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융합' '창조경제'는 이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나서서 창조적인 사업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것을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내 산업 간 조정과 지원 역할을 전담할 조직에 대한 검토도 필요한 시점이다.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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