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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전성시대? 조리학과 현실은 암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14 17:38

수정 2015.07.14 17:38

요리 관심에 조리학과 인기 5년새 학과 30~40% 늘어
스타 요리사 꿈꾸며 입학 졸업땐 단체급식으로 취업
4년제·2년제 눈치 경쟁도

셰프 전성시대? 조리학과 현실은 암울

스타 셰프… 전성시대다. TV 프로그램에는 매일 유명 셰프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만든 요리, 발언이 화제가 되면서 연예인들 못지 않은 이슈 메이커가 됐다. 그러나 스타 셰프를 꿈꾸며 조리학과의 문을 두드린 학생들은 방송에서 모습과는 전혀 다른 현실에 직면한다.

■조리학과 2010년 보다 30% 늘어

14일 대학가에 따르면 요리에 대한 대중들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리학과가 인기학과로 부상했고 학과 개설도 늘어났다. 한국조리학회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조리학과만 36곳이고 2년제 전문대에도 학과가 개설된 곳이 120곳이나 된다.

여기에 요리관련 직업전문학교가 40여곳이고 사이버대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요리 관련 전문계 고등학교도 26곳이다. 따라서 조리학과 교수협의회에서 교육부에 더 이상 학과를 늘리지 말 것을 요청할 정도다.

강병남 한국조리학회장(해전대학교 호텔조리외식계열 교수)은 "2010년에 비해 조리학과가 30~40% 가량 늘어났다"면서 "이중 30%는 식품영양학과가 조리학과로 전환한 곳"이라고 말했다.

입시 경쟁률도 높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대 외식·조리학과 경쟁률은 41명 모집에 1241명이 지원해 30대 1이 넘었고 조리과학과가 있는 경희대 관광학부 역시 80명 모집에 1520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9대 1이었다. 취업도 다른 학과에 비해 양호하다. 경기대 외식·조리학과의 경우 지난해 졸업생 36명중 21명이 취업했고 경희대 조리과학과도 17명중 11명이 일자리를 찾았다.

■취업문 넓지만 좋은 일자리 부족

조리학과의 장점은 취업 문이 넓다는 점이다. 요식업 창업은 국내 창업업종 중에서 2번째로 많고 음식점 마다 주방 직원을 못구해 아우성이다.

문제는 조리학과 출신들이 원하는 수준에는 못미친다는 점이다. 조리학과를 지원하는 학생들의 꿈은 스타 셰프다. 요즘 조리학과 학생들에게 존경하는 셰프가 누구냐고 물으면 최현석, 에드워드 권 등이 바로 튀어나온다. 대부분이 호텔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배우거나 해외에서 거액을 투자한 유학파들이다.

그러나 유명 호텔에 들어갈 통로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호텔들이 경영난에 시달리며 식사음료(F&B)사업을 줄이는 추세이고 연봉대비 생산성이 높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한 4년제 대학 조리학과 관계자는 "호텔들은 최근들어 공채를 뽑지 않고 대부분 인턴으로 채우는 모습"이라며 "학생들은 열정페이를 받더라도 경력을 쌓기 위해 일하려고 하지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며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단체급식쪽으로 방향을 트는 학생들이 늘었다.

강 교수는 "학생들이 처음 입할 때는 단체급식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면서 "하지만 수업을 듣고 군대를 다녀오고 나면 현실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힘들고 고된 호텔 주방 보다 근로조건이 좋고 자기생활이 가능한 단체급식에 긍정적이게 된다는 얘기다.

■4년제 vs 2년제 미묘한 경쟁도

조리학과는 4년제, 2년제, 직업전문학교 등에 모두 설치돼 있다.
4년제 대학 졸업생들은 주방보다 매뉴 개발이나 관리직으로 가는 경우가 많고 2년제 조리학과 졸업생들은 대부분 주방으로 들어간다. 때문에 4년제 대학 조리학과 졸업생들이 셰프를 꿈꿀 경우 2년제 졸업자들 보다 2년 늦게 주방에 뛰어들게 되는 셈이다.


4년제 조리학과 관계자는 "조리 분야에서 한국은 학력 보다 경력이 중시되는 사회"라며 "셰프가 되기 위해 호텔 주방에 들어가더라도 먼저 들어온 2년제 대학 졸업생들과의 신경전 때문에 4년제 조리학과 졸업생들이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