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정대균기자의 한국의 골프장 탐방>경기도 여주 솔모로CC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15 14:34

수정 2015.07.15 15:27

경기도 여주 솔모로CC 체리 2번홀의 위협적인 아일랜드 그린.
경기도 여주 솔모로CC 체리 2번홀의 위협적인 아일랜드 그린.

여주(경기도)=정대균골프전문기자】이 골프장에 들어서면 나를 짓누르는 엄청난 기운이 느껴진다.

그래서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면 주눅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다가 몇 홀 지나다 보면 "그래 한번 해보자"라고 오기가 발동된다. '참으로 묘한 매력이 있는 골프장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좋은 골프장은 골프 규칙이 최대로 허용하는 14개의 클럽을 모두 사용해야만 하는 곳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다양한 샷밸류를 만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스 전장이 우선은 길어야 한다. 그리고 페어웨이는 넓으면서도 좁고, 인생살이 처럼 올라간 홀이 있으면 내려간 곳도 있어야 하고, 요소요소에 공포에 가까울 정도로 위협적인 위험지대가 있고, 그리고 일그러질 정도로 언듈레이션이 심한 그린이 몇 개는 있어야만 되는 코스다. 한 마디로 골프코스의 많은 특징을 녹아들게 한 코스가 진정한 명문 코스인 것이다.

바로 경기도 여주시 가남면에 위치한 솔모로CC(대표이사 장인철) 같은 골프장이다. 1991년 개장한 이 골프장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년여에 걸쳐 36홀 전 코스 및 클럽하우스 리모델링을 통해 한일CC에서 현재의 솔모로CC로 새롭게 탄생했다. 소재지만 빼고 모두 바꿨다고 보면된다. 솔모로는 '소나무가 많다'는 의미의 여주 지역의 옛 이름이다. 실제로 사방이 소나무 천지다. 자생 소나무에다 25m 이상 높이로 쭉쭉 뻗은 금강송을 수시로 식재해서 그렇게 많아졌다고 한다. 어쩌면 내가 느꼈던 기운은 이 소나무에서 나오는 것인 지도 모른다.

솔모로CC는 예전에 동코스로 불렸던 체리-퍼시몬코스, 서코스였던 파인-메이플코스 등 서로 다른 느낌의 두 개 코스로 이루어졌다. 파인-메이플코스는 페어웨이가 넓고 장애물이 많지 않아 장타자와 여성 골퍼들이 즐겨 찾는 코스다. 특히 애버리지 골퍼들에게 인기가 높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OK저축은행 박세리인비테이셔널이 이 코스에서 개최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이에 반해 체리-퍼시몬코스는 밋밋함을 거부한 코스다. 18홀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어 도전적 골프를 즐기는 골퍼들의 사랑을 받는다. 한 마디로 평범한 라운드를 거부하고 도전에 따른 성취감을 즐기는 남성 골퍼들에게 안성마춤인 코스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장 솔모로CC적인 코스라 아니할 수 없다. 그린 앞에 입을 쫙 벌리고 있는 3m 높이의 몬스터 벙커, 오거스타내셔널GC처럼 소나무 또는 메타세콰이어를 길게 도열시킨 위협적인 티잉그라운드가 이 코스의 특징이다. 2012년까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메리츠솔모로오픈이 이 코스에서 개최되었다.

솔모로CC에는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 몇 개홀이 있다. 그것들은 솔모로에 빠져들게 하는 중독 요소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퍼시몬 1번홀(파3)을 빼놓을 수 없다. 이 홀은 우리나라 골프장 중에서 '최고'로 긴 파3홀이다. 레귤러티에서도 자그만치 221야드나 된다. 왠만한 사람은 자존심을 버리고 드라이버를 잡아야 한다. 처음부터 진을 빼게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코스가 장난이 아니므로 미리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배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분을 삭인다.

체리 3번홀(파4)은 우리나라 골프장 중 최고로 벙커 턱이 높은 것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약간 포대성인 그린 바로 앞에 3m 높이의 벙커턱이 있다. 한 클럽 정도 길게 잡지 않고 핀을 직접 공략하다 벙커에 빠지면 한 번에 나오기가 쉽지 않다. 예전에 한 골퍼가 퍼팅 라인을 살피기 위해 뒷걸음질치다 벙커로 떨어진 해프닝이 있었던 홀로도 유명하다.

체리 5번홀은 우리나라 골프장 중 최고로 어려운 파4홀로 정평이 나있다. 레귤러티에서 449야드인 이 홀은 페어웨이가 좁은 우도그렉홀이어서 세컨샷 지점에 그린이 보이지 않는다. 우선 페어웨이가 개미허리여서 티샷 정확도가 요구된다. 티샷이 페어웨이에 안착하더라도 이번에는 그린까지 두 번째샷 공략 루트를 30m 높이의 금강송 숲이 가로 막고 있어 핀을 직접 공략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십중팔구는 3온 전략을 택한다. 메리츠솔모로오픈 때 이 홀은 선수들의 무덤으로 통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 골프장은 공정한 회원관리로 유명하다. 회원들에 공평하게 주말 부킹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것. 이를 위해 인터넷부킹 및 모바일 부킹 시스템을 일찌감치 구축했다. 최근에는 회원을 위한 생일 이벤트와 동반 비회원 그린피 할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중부고속도로 동서울 톨게이트에서 45분 거리에 위채해 있을 정도로 접근성도 빼어나다. 골프장 진입로가 3번 국도에 붙어 있어 평화롭고 풍요로운 여주의 자연환경을 만끽할 수 있는 국도를 이용하는 코스도 강추 할만하다.

솔모로CC는 1991년부터 매년 관내 가남면사무소에서 경로잔치와 장학금 전달 행사, 연말 불우이웃돕기 행사를 갖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골프장과 지역주민이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란다.
그 설명에 코스에서는 혼쭐이 났지만 기분은 오히려 좋아졌다. 이유는 또 있다.
첫 대면에서 느꼈던 기운이 신선과 은둔, 기개와 지조의 상징인 소나무의 군락지 '솔모로' 때문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