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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PBR 0.51배 불과 대표기업도 제값 못 받아
#.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의 지난 17일 종가는 130만5000원. 지난 2008년 말 금융위기 때의 45만1000원보다 190% 가까이 뛰어올랐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6배에 머물고 있다. 애플의 약 5분의 1이다.
외국 경쟁사에 비해 국내 증시 상장회사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까지 삼성물산의 낮은 주가를 문제 삼을 정도다.
개별 기업 주가가 저평가되다 보니 한국 증시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자본시장의 취약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소규모의 개방경제인 데다 자본시장이 완전 개방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외부 변수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아울러 기업 스스로도 배당성향을 높이고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등 제값받기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경쟁사인 애플의 5분의 1가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 PBR는 0.96배(와이즈에프앤 16일 기준) 수준에 그친다. PBR 1배 미만은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반면 글로벌 IT 경쟁사인 애플은 PBR가 4.95배다.
삼성전자와 반도체로 경쟁하는 인텔도 PBR가 2.38배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시가총액이 각각 188조8000억원, 162조9000억원으로 비슷하지만 주식가치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도 PBR가 0.51배에 머물러 있다. 국내 최고 자동차기업인 현대차가 청산가치의 절반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PBR가 유일한 지표는 아니지만 (국내 대표기업이) 장부가치만큼도 주가가 형성되지 않는 것은 주주들이 불만이 많아 청산하는 게 낫다는 얘기"라며 "시장 전체 PBR가 낮고, 특히 재벌기업의 PBR가 낮다는 것은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글로벌 기업인 도요타모터스는 1.53배, 제너럴모터스(GM)는 1.18배다. 차세대 전기차로 각광받는 테슬라는 26.14배에 달할 정도로 프리미엄(고평가)이 붙어 있다.
철강주의 경우 포스코는 PBR가 0.38배에 불과하다. 포스코가 부실계열사 정리 등 고강도 경영쇄신에 나설 정도로 위기상황이긴 하지만 시가총액이 지나치게 낮다. 글로벌 경쟁사인 뉴코어는 PBR가 1.67배, 보산강철 0.93배, 신일본제철 0.70배, 알코아 0.84배 등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과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등 국내 가치투자 전문가들은 포스코의 PBR가 0.4배 수준으로 떨어지자 상반기부터 자사펀드에 매입하고 있다. 배당 등을 감안하면 자산가치 대비 지나치게 저평가 상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엘리엇의 표적이 된 삼성물산(시가총액 10조8259억원) PBR도 0.80배다. 해외 주요 건설사 중 비슷한 규모인 시미즈(시가총액 7조7902억원)는 1.88배다.
한국 주식이 왜 제값을 못 받고 있는 것일까. 이 같은 저평가 이유로 과거엔 북한 핵위협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꼽혔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 대기업이 압축성장을 하면서 소홀한 지배구조나 주주가치 제고 소홀 등에서 원인을 찾는 분석이 적잖다.
특히 오너 2세·3세 경영으로 이어지면서 상속·증여 등 복잡한 경영승계 과정에서 지배구조가 취약해졌다. 지배구조가 취약하고 저평가된 기업은 엘리엇 같은 벌처펀드의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또 지배구조 취약은 증시 불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 증시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지난 2011년 5월 2228 선을 찍은 후 4년째 박스권을 맴돌고 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는 아시아에서도 하위권일 정도로 후진적"이라며 "주변 외국인 투자가들은 한국의 지배구조가 투자결정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한다. 한국 주식이 저평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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