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세계는 오묘하다. 한자의 제자(製字) 방식엔 추상적인 기호로 특정한 상황을 암시하는 지사(指事), 기성 문자를 합성하는 회의(會意), 음과 뜻을 결합하는 형성(形聲) 등이 있지만 그 기본은 사물의 모양을 그림처럼 형상화하는 상형(象形)이다. 이런 사정은 한자와 관련한 가장 오래된 유적인 갑골문(甲骨文)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거북이 등껍질이나 소뼈에 새긴 갑골문에도 지사, 회의, 형성 등의 사례가 없지 않지만 도화(圖畵)의 색채가 짙은 상형이 주를 이룬다. 문자의 예술인 서예가 궁극에는 그림과 통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의수 화가'로 널리 알려진 석창우 화백의 제자인 김현정도 문자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작가다. 그는 그중에서도 특히 갑골문을 차용하고 재구성한 작품을 주로 제작해왔는데, 28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M에서 열리는 개인전에도 물고기 어(魚)자와 집 가(家)자를 활용한 작품 30여점을 내걸었다.
집이 자신이 살아오던 삶의 공간을 되돌아보는 작업이라면, 물고기는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자유의지에 관한 작업처럼 보인다. 그림 속 물고기들은 때론 홀로 물속을 헤엄치기도 하고, 때론 춤을 추듯 떼를 지어 율동하기도 한다.
무리를 이뤄 물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뒤엉켜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을 은유한 듯도 하고, 뇌경색으로 반신불수를 경험했던 작가의 자유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듯도 하다.
이번 전시에 서문을 쓴 미술평론가 오세권은 "김현정은 갑골문자를 자신의 작품에 차용하되 현대적으로 변용하거나 재해석한다"면서 "그가 새롭게 만들어낸 상형문자들에는 사람들이 웃고 울며 살아가는 삶이 은유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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