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벤처투자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상반기 벤처투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자 창조경제 안착에 대한 기대감으로 정부와 업계가 고무돼있다. 27일 중소기업청이 밝힌 상반기 벤처투자 실적은 95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4% 증가했다. 여기에 참여한 업체도 지난해보다 23.7% 증가한 517개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갈 경우 벤처붐이 일었던 2000년도 투자규모(2조211억원)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거품으로 부풀다 꺼졌던 1차 벤처붐의 학습효과로 투자의 내실도 단단해졌다는 것이 중기청의 설명이다.

그러나 벤처투자업계의 편식은 여전하다. 소위 '돈 되는' 분야인 게임에는 투자가 몰리는 반면, 경제·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제조업 분야 벤처에는 찬바람이 분다. 지난 2013년 940억원의 신규투자를 기록한 게임 분야는 지난해 90.6% 증가한 176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업 분야는 같은 기간 2955억원에서 33%가량 감소한 195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업계가 투자금을 금방 회수해 손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한 것에 원인이 있다. 게임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 노출이 쉽다. 이용자들이 게임아이템의 현금 구매에 관대한 성향을 보이는 것도 한몫한다. 반면 제조업은 창업부터 상장까지 평균 13~14년이 소요된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비즈니스에 치중한 국내 벤처산업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 스타트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ICT 플랫폼과 제조업을 결합한 창업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와 드론 업계 1위 DJI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의 제조업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시대의 흐름에 부합한 창업의 혁신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창업가들만의 몫이 아니다. 이를 뒷받침할 투자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단기 수익에 치중한 투자로는 중장기 관점의 창조경제 실현은 불가능하다.


벤처·창업 분야에서 '위험이 큰 만큼 보상도 많다(High risk, High return)'는 말은 불변의 진리와도 같다. 이는 창업가뿐만 아니라 투자자에게도 적용된다. 안정적인 수익을 원한다면 벤처투자에 도전해선 안된다.

lionking@fnnews.com 박지훈 산업2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