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현장르포] 단독개발로 방향 튼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09 16:10

수정 2015.08.09 16:10

"재개발 한두번 속나" 주민들 반응 냉랭.. 집값 상승 없어
"면적 좁고 35층 제한.. 용적률 높여도 사업성 부족"
시유지·사유지 한 구역 묶여 사업진행 쉽지않을 듯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에 따라 재개발 호재를 만난 용산구 서부이촌동의 중산시범아파트 입구에 10일 추가적인 용적률 상향 서명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에 따라 재개발 호재를 만난 용산구 서부이촌동의 중산시범아파트 입구에 10일 추가적인 용적률 상향 서명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지금이라도 하게 돼서 다행이지만 이 좁은 땅에서만 재건축을 하는데 수지가 맞을지 모르겠다."

서울 용산구 국제업무지구의 일부였던 서부이촌동 일대가 독자적으로 재개발된다. 사업이 무산된 지 2년 만에 서울시가 서부이촌동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특히 각 구역별로 처한 상황이 달라 사업 진행에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침체됐던 지역 부동산 경기도 독자 개발의 물꼬를 튼 것이 무색하게 아직까지는 냉랭하기만 하다.

■ 구역별로 해결할 문제도 많아

9일 현지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서부이촌동 내 단독주택지역인 이촌1구역은 1년 전부터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구역 내 공인중개업소에서 만난 추진위 관계자는 "용적률은 300%인데 기부채납으로 15%, 소형임대주택으로 25%을 뺏긴다"며 "거기에 서울시가 최고 35층으로 층수까지 제한해 버리니 사업성이 제대로 나오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2만3147㎡ 부지에 500세대가 넘게 산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좁은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데 시에서 규제를 좀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임대비율을 높이면 400%까지 용적률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용적률이 높아진다고 무조건 사업성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촌1구역 J공인중개소 대표는 "용적률 300%일 때 소형임대주택을 25%, 일반분양주택을 275%로 구성하면 되지만 용적률이 400%로 높아지면 소형임대주택도 75%, 500%로 높아지면 125%를 제공해야 한다"며 "용적률이 100% 늘어난다고 해도 분양할 수 있는 실질적인 용적률은 50%만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용적률 높이기에만 집착하면 조삼모사가 될 수 있다"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용적률에 따른 공사비 등을 면밀히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산아파트 주민들 한 걱정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원주민 정착률을 고려했을때 재개발 사업을 모두가 반길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중산.이촌시범아파트 주민들의 걱정은 더 커진다.

이촌시범아파트 주민은 "여기는 시유지라서 개발하면 우리가 시에 땅을 사야 한다"며 "그럼 부담이 늘어나는데 결국 살던 곳에서 쫓겨나게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그동안 온갖 장미및 전망만 내놓고 사업이 좌초되기를 수차례 반복한 터라 주민들 사이에선 "이번에도 이러다 마는것 아니냐"는 식의 푸념이 일상화된 모습이다.

중산시범아파트 앞에서 만난 40대 주민은 "서울시가 개발안을 발표한지도 몰랐다"며 "관심 없다, 어차피 잘 안 될 거니깐…." 이라며 시큰둥한 반응만 보였다.

중산시범 특별계획구역 주변의 S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민들이 '한두 번 속나'라는 분위기다"라며 "자신들의 요구가 잘 받아들여지지도 않고 개발도 늦춰지니 반응이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촌시범.미도연립 특별계획구역에는 주민 갈등마저 예상되고 있다. 시유지인 이촌시범아파트와 사유지인 미도맨션이 한 구역으로 묶였기 때문이다. 이 구역은 당장 추진위나 조합을 설립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한 주민은 "여기 (재개발) 끝나려면 10년도 더 걸릴 거야"이라고 한탄했다.

이촌1구역 J공인중개소 대표는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했던 은평 재개발 때 원주민 정착률이 15% 정도였는데 이곳은 2~3%도 될까 말까"라며 "차라리 서울시가 건물을 사서 공공개발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지만 과연 서울시가 그렇게 하겠나"라고 전했다.

■ 재개발 발표에도 박탈감은 여전

주민들은 인근의 재개발 지역과 비교해 규제가 많다고 느껴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이촌1구역에서 사는 60대 심모씨는 "동부이촌동에 건설 중인 한 아파트는 한강변인데도 56층까지 올렸다고 한다"며 "왜 우리 동네만 35층으로 지어야 하나"고 불만을 터뜨렸다. 용적률이나 기부채납비율 등의 규제가 상대적으로 지나치다는 것이다.

그는 "서부이촌동 지역이 함께 개발되지 않아 이미 자리 잡은 아파트들이 한강을 가리고 있다"며 "한강 바로 옆에 있지만 재건축을 해도 20층 이하에서는 한강이 보이지 않는다. 이게 다 좁은 지역에서 (재건축을) 하려고 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이촌1구역 주민 강모씨(75)는 "그 사단(국제업무지구사업 무산)이 나고 서민촌이 이제는 빈민촌으로 전락했다"며 "24년 넘게 운영하던 가게도 작년에 처분했다"고 푸념했다. 강씨는 "계획대로만 돼도 새 아파트 입주까지 7년6개월이 걸린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한편 서울시의 재개발 발표에도 부동산 시세의 변화는 감지되지 못했다. M공인중개소 대표는 "아직 매매하겠다는 사람은 없었다"며 "가격이 얼마나 올랐나 '간보기'만 하는 정도"라고 전했다.

중산.이촌시범아파트 매매가는 50㎡가 2억5000만원, 60㎡가 3억5000만원으로 올해 초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촌1구역의 60㎡(15.5㎡ 지분) 크기의 연립주택도 3억2000만원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이에 대해 J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아직 어떻게 될지 몰라 주민도 투자자들도 우선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며 "국제업무지구 무산으로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는 주민들은 불신이 크다"고 답했다.


그는 "하지만 올해 말에 입주할 예정인 HDC 신라면세점이라는 호재도 있어서 외부 투자나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 한영준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