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산(전북)=정상희 기자】 "국내 폴리카보네이트(PC) 제조업체 가운데 자동차 헤드램프용 제품을 생산하는 곳은 삼양화성 뿐이다. 삼양화성에 원료 수급을 원활히하기 위해 만들어진 삼양이노켐은 그 역할을 이미 충실히 해 나가고 있다."
폴리카보네이트 원료인 BPA(비스페놀A)를 생산하는 삼양이노켐 관계자는 올 상반기 첫 흑자를 기록한 것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대중에 식품기업으로 더 많이 알려진 삼양그룹은 사실 삼남석유화학과 삼양화성, 삼양패키징, 삼양화인테크놀로지 등 화학 사업 분야가 더 크다. 삼양이노켐 BPA 공장에서 만들어진 원료를 삼양화성에서 가공할 수 있게 되면서 화학산업 수직계열화를 완성해가고 있다.
■삼양그룹 화학산업 수직계열화
지난 10일 방문한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자유무역지역. 오식도동이라는 명칭에서 유추할 수 있듯 새만금 간척사업 결과 산단으로 변신한 곳이다. 자유무역지역에 지난 2012년 들어선 삼양이노켐은 바다를 땅으로 만든 간척지 위에서 페놀과 아세톤이라는 유해물질을 폴리카보네이트와 에폭시 수지 등으로 만들기 위한 중간물질 BPA로 탈바꿈시키는 공정을 하고 있다.
BPA를 주원료로 하는 PC는 열을 가하면 녹는 플라스틱의 일종이다. 전기제품, 자동자 등 공업제품에 주로 사용되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의 일종이다. 충격에 강하고 불에도 잘 타지 않으며 고온·저온에 모두 강해 냉장고나 전자레인지에도 쓰인다. 역시 BPA로 만드는 에폭시수지는 흔히 마시는 캔 음료수 내부를 코팅하는 물질이다.
액체인 원재료 페놀, 아세톤이 BPA가 되는 공정은 비교적 간단했다. 페놀과 아세톤을 섞어 만든 BPA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액체상태 BPA를 냉각질소를 이용해 고체로 만들어냈다.
국내에서 BPA를 생산하는 화학업체는 삼양이노켐과 LG화학, 금호피앤비화학 등 3곳이다. 이 중 삼양이노켐이 3년 전부터 15만t을 생산하고 있고 LG화학이 약 45만t, 금호피앤비가 약 40만t을 생산하고 있다. BPA에서 PC로 연결되는 생산라인을 갖춘 업체는 삼양이노켐과 LG화학 뿐이다.
■가동 3년 첫 흑자…하반기도 기대
화학산업은 원재료값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생산비의 85%가 원재료값이기 때문에 원유가 등락과 그에 따라 널뛰는 페놀, 아세톤 가격이 가장 큰 변수다. 실제 공장이 준공되고 상업생산이 시작된 2012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BPA값은 급락했다. 또 삼양이노켐이 상업생산을 시작할 즈음 LG화학과 금호피앤비화학도 각각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지난 2012년 상반기에 비해 국내 BPA 생산량은 2배나 늘어난 셈이다.
삼양이노켐 정연일 생산팀장은 "공장 건설 전 BPA 시황이 무척 좋았는데 우리 물건이 나오면서부터 곤두박질쳤다"면서 "작년까지 안 좋다가 올해 들어서 조금 나아졌다. 그 결과 올 상반기 최초로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다만, 삼양이노켐은 생산하는 BPA 대부분을 계열사인 삼양화성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원료수급역할이라는 기본 역할은 다 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올 상반기엔 흑자까지 더해진 것이다. 정 팀장은 "후반기 시황도 긍정적 전망은 아니라서 만만치 않다고 각오하곤 있다. 그래도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본다"며 "스팀과 전력 등 공정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효율화하는 것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경량화 이슈는 PC를 생산하는 화학업체에게도 민감한 문제다. 삼양이노켐이 BPA를 공급하는 삼양화성은 미국 승인이 필요한 자동차 헤드램프용 PC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 업체라 전망이 밝다. 중국의 페놀 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주원료 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 10월 중국 국경절 PC와 에폭시 수요가 증가한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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