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남(전남)=정대균골프전문기자】풍광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꽃의 기원지라는 의미의 '화원(花源)'으로 불렀을까.
먼 바다를 향해 마치 손짓하듯 길게 뻗은 곶(串)은 꽃대, 그 곳을 따라 온갖 자태를 뽐내며 드고나는 리아스식 해안은 꽃받침, 그리고 그 아래로 펼쳐진 바다 위에 점점이 수 놓아진 크고 작은 섬들은 꽃술이니 어찌 '꽃의 고향' 화원이 아니겠는가. 한 마디로 '절대' 비경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이 곳을 경주보문관광단지, 제주중문관광단지와 함께 국내 3대 관광단지로 조성하려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화원관광단지가 위치한 전남 해남군 화원면 시아로 일대다.
터닦기 공사가 마무리된 단지의 초입 산마루 정상에 올라서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그림같은 다도해 풍경에 숨이 턱 막혀온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는데 아직 그 곳은 기반 공사만 끝냈을 뿐 이렇다할 편의시설 하나도 없다.
파인비치골프링크스는 육지로는 백두대간의 맨 끝에 있는 골프장이다. 그런 점에서 해남군 송지면에 있는 실제의 땅끝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인지 이 골프장에 들어서면 새로운 기운이 느껴진다. 샷 하나하나에 결코 소홀함이 있을 수 없다. 모든 것이 귀하고 귀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2010년 9월에 개장한 이 골프장은 그 이름에 국내 최초로 링크스가 붙었다. 18홀 중 10개홀이 바다에 접해있기 때문이다. 제주 나인브릿지 설계에 참여한 조형 설계가 데이비드 데일과 자연주의 설계가로 유명한 게리 로저 베어드가 공동으로 디자인했다. 페어웨이와 러프 모두 켄터키블루여서 사시사철 푸르름 속에서 라운드를 할 수 있다.
해양성 기후로 연평균 기온이 섭씨 20도 내외여서 겨울에도 몸이 움츠려들지 않은 라운드가 가능하다. 여름은 물론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바다 자체가 주는 청량감에다 해풍이 더해져 혹서기 골프 여행지로는 최적격이다. 소나무 숲이 군락을 이룬 파인코스와 대부분 홀이 바다와 접한 비치코스로 나뉘는데 모든 홀이 말그대로 죽여주는 '그림'이다. 그 중 시그내쳐홀은 비치 6번홀(파3)과 7번홀(파4)이다. 바다를 가로 질러 티샷을 날려야 하는 이 두 홀은 '한국의 페블비치'이자 파인비치의 19번째 홀이다. 천리길을 마다않고 달려온 나그네의 잊을 수 없는 추억 만들기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주는 '마음의 홀'이기 때문이다.
멀리서 찾아온 손님이 제집처럼 편히 쉴 수 있도록 42실 규모의 골프텔을 클럽 하우스내에 마련하므로써 명실상부한 체류형 골프장으로 거듭났다. 숙박객들의 다양한 체험을 위해 최근에는 '해안 둘레길'과 야간 산책로인 '천사의 길'을 조성했다. 해안 둘레길에 있는 백사장을 밟으면서 보는 해너미는 장관 중의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천사의 길은 다도해를 좀더 가까이 조망할 수 있는 해안 전망데크까지 왕복 1004m의 산책로로 파인비치의 새로운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여기에 자전거 트레킹코스인 '파인비치 바이크 힐링코스'도 있다. 이 코스는 거리에 따라 세 개 코스로 분류된다. 내장객에게는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 주고 있다. 또한 매주 토요일 저녁, 레스토랑 야외 테라스에서는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한반도의 막내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접근성까지 나쁜 것은 아니다. 수도권 골퍼들을 위해 골프장까지 리무진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이 버스는 경기도 성남 판교 유명골프연습장 주차장에서 매일 오전 6시30분에 출발한다. 귀경은 골프장 클럽 하우스에서 매일 14시30분에 출발한다. 따라서 출발, 도착 불문하고 당일 라운드가 가능하다. 지난 4월에 호남선 고속 KTX가 개통돼 접근성이 더욱 좋아졌다. 서울(용산)에서 목포까지 2시간30분이면 도착하기 때문이다. 4인 이상의 KTX 이용 고객에게는 목포역에서 무료(왕복) 픽업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들의 정원'으로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의 천혜의 자연환경과 클럽 하우스에서 남도의 질펀한 정과 정성으로 내놓은 맛있는 음식까지 곁들이면 그야말로 힐링의 최상급이다. 파인비치골프링크스가 골퍼들 사이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골프장'에서 '다시 한 번 찾고 싶은 골프장'으로 회자되는 데에는 이렇듯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시인 고은이 "땅 끝에 왔습니다. 살아온 날들도 함께 왔습니다. 저녁 파도소리에 동백꽃 집니다"라고 노래했던 그 곳에서 나도 지는 동백꽃이 되고 싶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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