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 무라야마 도시오/ 21세기북스
연간 1인당 라면 소비량(74개) 세계 1위의 한국이다. 해외여행에서 느끼한 입을 달래주는 라면, 물놀이나 등산 후엔 특히나 꿀맛이다. 술 마신 다음날 해장은 물론 밥이 없을 때 간편하게 식사를 때우기도 좋다. "라면 먹고 갈래" 이 한마디는 남녀의 하룻밤 역사가 시작되는 상징적인 언어가 됐다. 한국인에게 라면은 명실공히 '소울(soul) 푸드'다.
이토록 즐기는 라면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먹을까. 라면이 일본의 전통음식 '라멘'에서 유래했다는 건 흔히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라면이 시작됐는지는 잘 모른다. '에디톨로지'의 저자이자 각종 방송 활동을 통해 알려진 김정운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은 추천사를 통해 "서양의 와인 리스트, 파스타 종류, 커피의 역사는 그렇게 자세히 알면서도, 출출하면 바로 뜨거운 물 부어 먹는 우리의 라면에 그리 무지해서는 안 된다"며 "라면 값이 싸다고 라면이 가지고 있는 문화사적 가치까지 그렇게 무시하면 정말 안 된다"고 강조했다.
라면의 역사는 6·25 전쟁 이후 식량난에 허덕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인공은 지금은 고인이 된 삼양식품의 전중윤 회장과 일본 묘조식품의 창업자 오쿠이 기요즈미다. 이들이 손을 잡고 1963년 라면을 한국에 들여온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윤추구보다 '국민의 식생활 개선'이라는 사명 아래 뜻을 모은 두 사람의 경영철학은 현 시대의 경영자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저자는 두 기업가의 발자취를 따라 한국과 일본의 라면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어낸다.
책의 말미에 묘조식품으로부터 파격적인 가격으로 라면 생산 기계 도입과 무상 기술지원을 제안한 이유가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한국 특수(한국전쟁)가 우리 일본에 얼마나 큰 은혜를 베풀고 일본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는지 모릅니다. 그 은혜를 갚는다는 의미에서 보면 이 정도는 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라면이라는 맛있는 음식을 매개로 일본과 한국 사이에 이어져온 돈독한 관계와 뜻깊은 일들이 앞으로 두 나라의 미래를 인도하는 나침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책장을 덮을 때쯤 그런 희망이 슬며시 피어오른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