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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사이트 '문피아' 김환철 대표 "무협소설 신인 작가 키워내는 온실 되고파"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20 18:14

수정 2015.08.20 23:00

웹소설 판매량 실시간 공개
합당한 대가, 작가에게 지급
글에 몰두하는 공간 만들 것

웹소설 사이트 '문피아' 김환철 대표 "무협소설 신인 작가 키워내는 온실 되고파"

세상으로 나오기 2개월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와 단둘이 세상에 남겨졌다. 열살이 되던 무렵, 감기몸살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의료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됐다. 어머니는 하나뿐인 아들을 둘러업고 전국의 병·의원을 찾아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 병을 고치느라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웹소설 사이트 '문피아(www.munpia.com)'의 김환철 대표(사진)는 휠체어에 앉아 자신의 인생 얘기를 담담하게 털어놨다.
표정은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편안했다. 김 대표는 '금강'이란 필명으로 무수히 많은 팬을 거느린 작가다. 1981년 '금검경혼'으로 데뷔한 이후 무협소설계에서 그는 독보적 존재였다. 그런 '금강'이 털어놓는 인생 이야기는 소설보다 더 극적이다.

어머니는 공무원이었다. 어머니가 일하는 동안 그는 작은 방 안에서 종일 책을 봤다. 무협지가 특히 재미있었다. 무협지 덕에 한자와 중국 역사에 관심이 생겨 13세에 논어를, 15세에 사서오경을 읽었다. 스무살 무렵, 초·중·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쳤다. 그는 예술 분야에도 두각을 나타냈다. 서예와 동양화를 했고, 나무판에 글씨를 새기는 서각은 국전 출품을 준비할 만큼 소질을 보였다.

"작품을 만들려면 은행나무를 사야 했는데 나무 가격이 300만원 가까이 했어요. 당시로는 집 한 채 가격이었죠."

당시 어머니는 퇴직 후 서울에서 작은 만화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어느 날 만화책을 납품하던 사람이 무협소설 작가를 찾는다는 말을 들었다. 솔깃했다. "당장 200자 원고지를 사다가 쓰기 시작했어요. 나무값 벌려고 시작한 일이었죠."

석달 만에 책 3~4권 분량의 3800장이 완성됐다. 그의 데뷔작 '금검경혼'이다. 원고를 보고 출판사 두 곳에서 찾아왔다. 가격은 원고지 한 장당 250원까지 올랐다. 당시 업계 최고 대우였다. 이후 17개 작품을 쓰는 동안 원고료는 계속 올라 한 작품에 800만~900만원까지 받았다. 대졸자 평균 월급이 30만원이던 시절이었다. 그는 순식간에 무림의 최고수 자리에 올랐다.

"두세 번 쓰니 업계에서 인정도 받고, 팬들도 많이 생겼어요. 나무값 벌자고 시작한 일에 눌러앉게 된 거죠."

좋은 시절은 길지 않았다. 10년쯤 되던 해, 만화방과 도서대여점이 사라지며 무협소설 시장은 몰락했다. 원고료도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무협소설이 음지에만 있는 소설로 매도되는 것이 싫었어요. 그래서 다시 출판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신인 수준 5% 인세로 계약을 하게 됐죠."

그는 1988년 첫 서점용 무협소설 '발해의 혼'을 냈다. 1년 반의 역사 연구 끝에 내놓은 대작이다. 이 소설은 출간 즉시 교보문고에서 4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장르소설의 새 지평을 열었다.

김 대표는 2012년 '문피아'를 설립하고 2013년 8월부터 유료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후배 작가들이 마음껏 글을 쓰고, 정당한 대우를 받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문피아는 웹소설 판매량을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매월 그에 맞는 대가를 지급한다. 올해는 월 최고 4700만원을 받는 작가도 생겨났다. 현재 무협소설 작가들의 90%가 문피아를 통해 등단한다.

"문피아가 생기기 전과 후 작가 고료를 비교해보니 거의 10배 차이가 나더라고요. 작가들의 바람막이가 되고, 신인 작가들을 키워내는 온실이 되고 있죠."

지난 3월 기준 문피아 매출은 8억원을 넘어섰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700%나 늘어났다. 유료서비스를 시작한 지 19개월 만이다. 문피아는 잠재력 있는 신규 작가들에게 매달 100만원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독자들은 그만큼 새롭고 수준 높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훈훈한 선순환 구조다.


그는 이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시장은 무협소설로, 미국 시장은 판타지 소설로 공략할 계획이다.


"해리포터도 사실 대단한 판타지 소설이 아니에요. 한국에는 더 좋은 스토리가 많죠. 기반만 마련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작가는 마음껏 능력을 펼치고, 저는 그 글을 세계로 알리는 거죠. 그렇게 우리 소설의 유토피아를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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