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초저금리 시대의 도전, 은행 새로운 길을 가다] (3-②) 해외에서 길을 찾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24 17:08

수정 2015.08.24 17:08

②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印尼 현지은행 인수.. 동남아 '금융한류' 타이틀 거머쥐다

우리소다라은행 BEI 지점 현지銀과 합병 성공사례 주목 우리銀 끈기에 단기간 당국 승인

자카르타 시내 중심부에 자리 한국色 지우고 철저히 현지화

박근혜 정부 외교력 도움도 받아

5년 내 영업망 3배 확장 목표 지점 350개 늘려 20위 진입 포부
[초저금리 시대의 도전, 은행 새로운 길을 가다] (3-②) 해외에서 길을 찾다

[초저금리 시대의 도전, 은행 새로운 길을 가다] (3-②) 해외에서 길을 찾다


【 자카르타(인도네시아)=전선익기자】 #. 오전 10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 중심가의 증권거래소 건물 16층에 위치한 우리소다라은행(Bank Woori Saudara) BEI기업지점은 현지직원들의 활기찬 모습으로 생동감이 넘쳐난다. BEI지점내 한국 직원은 단 6명, 그중 2명은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의 부름을 받고 자리를 비워 체감상 지점내 직원은 모두 현지인들로 꾸려진 것 같다. 처음 은행에 들어서면 우리에게 친숙한 파란 바탕의 하얀 우리은행 글씨를 제외하고 이곳에서 국내 은행의 체취를 찾기란 쉽지 않다.

국내 은행들은 초저금리시대가 장기화되며 국내시장의 영업환경이 날로 악화되자 해외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더딘 해외시장 진출에 연일 쓴소리를 하며 공격적인 해외진출과 현지화를 강도 높여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의 해외진출은 아직까지 걸음마 수준인 것이 현실이다.
국내에서 파견나간 직원들이 현지 교민과 한국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적을 올리는 일이 주를 이뤄 현지화의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이같은 실정속에 올해 초 인도네시아 현지은행을 인수하며 동남아의 '금융한류' 타이틀을 단숨에 꾀찬 은행이 있다. 바로 우리은행이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목표로 추진된 인수.합병(M&A)은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금융한류' 현지화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성공적인 첫단추 꿰기

우리은행은 지난해 1월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로부터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 인수를 최종승인 받고 상장사인 소다라은행 지분 33%를 인수했다. 지난해 말 주주총회에서 '합병'을 결의한 후 총 지분 74%를 획득하고 최종 합병했다. 이후 상호를 '인도네시아 우리은행'에서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으로 변경한 후 올해 2월 26일 공식 출범하며 본격적으로 인도네시아시장 확대에 나섰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 합병 후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 인수 과정에서 획득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동남아 지역 은행에 대한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소다라은행을 인수하며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뜻이다.

현지 언론들도 1년여 만에 성공적으로 합병을 마무리 지은 우리은행의 성과에 찬사를 보냈다. 인도네시아 속담 중에 '걸을 때는 국경까지, 항해할 때는 섬까지(Berjalan sampai ke batas, belayar sampai ke pulau)'라는 말이 있다. 시작한 일을 끝까지 이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은 권위적인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낸 우리은행의 끈기와 1년 만에 최종 합병까지 이뤄낸 일처리 속도에 높은 점수를 줬다.

우리은행이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을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인수할 수 있었던 내면에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의 힘이 숨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 2013년 10월 박근혜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우리은행의 소다라은행 인수가 탄력을 받았다"며 "우리은행의 노력과 우리 정부의 지원이 만들어낸 성공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된 현지은행을 국내 은행이 인수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소다라은행은 인도네시아 반둥지역을 기반으로 현지고객 중심의 영업을 해온 만큼 기업금융에 강한 우리은행과 인도네시아에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소다라은행의 현 주소

인도네시아에는 지난해 9월 기준 상업은행 120개(국영은행 4개, 민영은행 115개), 지방은행 1797개(전통 지방은행 1634개, 이슬람 지방은행 163개)가 있다. 이들 중 소위 빅5라 불리는 현지 은행(만드리, BRI, BNI, BTN, BCA 등)들은 전체 시장의 약 50%(자산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빅5은행이 체감상 차지하는 비중은 70~80%에 육박한다"며 "한국 은행들(우리소다라, 하나-외환은행)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지난 6월말 기준 인도네시아 전 지역에 지점 18개, 출장소 101개를 보유하고 있다. 공무원 연금대출 및 직장인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개인 신용상태가 안정적인 고객을 대상으로 리테일(소매 금융) 영업을 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진출 한국기업(약 1500개) 대상으로 운영자금, 시설자금 대출 및 외환거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소다라은행 고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공무원 및 군경 연금공단의 연금 지급은행으로, 연금 수급권자 대상으로 연금대출을 취급하고 있으며 현지 진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외환, 수신 업무를 주요 서비스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지난 6월말 기준 1422만8000달러(약170억3376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고 총자산 14억6300만달러(약 1조7515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5년내 20위권 진입 목표

우리소다라은행은 인도네시아 우리은행의 기업금융과 소다라은행의 소매금융 결합을 통한 시너지와 신용카드 비즈니스, 할부금융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바탕으로 5년 이내에 영업망을 현재의 3배에 가까운 350여개까지 늘리고 20위권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우리소다라은행 고위 관계자는 "최종 합병 후 네트워크가 확대되면서 기존에 접촉하기 힘들었던 현지 고객들이 접촉 가능해졌다"며 "앞으로 로컬 영업(소매 금융)을 더욱 강화해 나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우리소다라은행은 계약직까지 포함 총 300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 중 한국에서 파견된 직원은 총 13명이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의 요청의 따라 2년안에 6~7명까지 주재원 수를 줄일 계획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우리소다라은행 직원의 주변부터 공략하며 현지화를 이뤄내고 있다"며 "우리은행이 그간 거래해 왔던 한국계 및 현지기업들의 직원들과 인도네시아 재계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화교 출신들도 우리소다라은행의 현지화 타겟"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시장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보고 소매금융이 강한 상장은행 소다라은행을 인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다라은행은 지난 1906년 설립돼 지금까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관계형금융으로 성장해온 소매금융의 강자다.
우리은행의 기업금융과 소다라의 소매금융이 완벽히 융합될 경우,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sijeo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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