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대한민국의 빛과 소금, 공복들] (68) 법무·검찰공무원 교육의 산실 '법무연수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26 18:14

수정 2015.08.31 19:45

"이곳에선 검사들도 교육생.. 포승줄에 묶여 감옥체험 한답니다"

20년차 보호관찰관의 초심
보호직은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시작하는 직업이다. 실패를 겪으면 믿음과 자신감을 잃기 쉽다. 그럴 때 이곳에서 인간에 대한 관점을 바로 세우고 초심을 찾는다.

교정시설의 축소판
수감시설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신발장의 흰 운동화마저 실제와 똑같다.

예비검사들은 모의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되는 체험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수감자들의 인권을 되새긴다.

용인에서 진천으로 대이동
진천으로 옮긴 지 6개월, 아직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많다. 통근시간이 길어지고 주변 편의시설이 없어 불편한 점도 많지만 대한민국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교육의 산실이라는 자부심으로 일한다.

법무연수원 내 교정종합훈련장. 실제 교정시설이 복원돼 있는 곳으로, 지난 4~5월에는 신임 검사과정 교육을 받던 예비검사 64명이 이곳에서 하루 수용체험을 했다. 검사들은 모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포승에 묶여 호송차량을 타고 수감됐다가 자정이 지나 풀려났다.
법무연수원 내 교정종합훈련장. 실제 교정시설이 복원돼 있는 곳으로, 지난 4~5월에는 신임 검사과정 교육을 받던 예비검사 64명이 이곳에서 하루 수용체험을 했다. 검사들은 모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포승에 묶여 호송차량을 타고 수감됐다가 자정이 지나 풀려났다.

【 진천(충북)=신아람 기자】 흔히 법무연수원을 사법연수원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사법연수원이 사법시험에 합격한 예비 검사.판사.변호사들을 교육하는 기관이라면 법무연수원은 기존 법무·검찰 공무원을 대상으로 법률 관련 임무 수행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재교육하는 기관이다. 1951년 형무관학교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법무연수원이 1971년 개원한 사법연수원 보다 20년 역사를 더 갖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법무부 소속 교육.연구기관인 법무연수원의 교육 현장을 함께 했다.

■검사도, 보호관찰관도 모두 '교육생'

지난 12일 충북 진천 덕산면에 위치한 법무연수원을 찾았다. 제1강의동 3층 강의실에서 번져 나오는 향학열은 대단했다.

약 50명 정도의 교육생들이 필기도구로 열심히 강의 내용을 받아 적으며 강의를 경청하고 있었다. 3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보호관찰관들이었다. 보호관찰관은 범죄자 가운데 유죄가 확정됐지만 집행유예 등을 선고받고 사법 당국으로부터 보호 관찰 조치가 내려진 이들을 관리 감독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법무연수원 일반연수과 소속 이영미 교수(51.여)는 "연수원에서 보호관찰 대상자를 지도.감독하는 기법 등 보호관찰 실무과목을 담당하고 있다"며 "수용이 아닌 사회 내 처우인 만큼 전자발찌 감독에 대한 조사업무도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커리큘럼은 법률에서 정한 지침에 따라 짠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다루기 어려운 관찰 대상자를 어떻게 지도할지에 대해서는 분임토의를 통해 교육생 간 쌍방향 소통으로 해법을 찾도록 한다"며 "전국에 흩어져 있는 법무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다보니 다른 기관의 전문 지식을 서로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에게 연수원 교육은 고단한 일상 속 피로감을 씻어내 주는 '오아시스'가 되기도 한다. 사무실에 갇혀 있으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연수인 셈이다.

대전에서 24년째 보호직에 종사 중인 우종한씨(51)는 "기계가 아닌 사람을 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들의 변화가능성을 믿고 시작한다"며 "때로는 초심을 잃기도 하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연수원에서 인간의 관점을 바꾸는 차별화된 교육을 받으면 다시 마음을 부여잡게 된다"고 전했다.

9년 가량 보호직으로 일한 임성숙씨(37.여)는 "연수를 통해 어떤 방향으로, 또 어떤 수준으로 관찰 대상자를 지도.감독해야 하는지 많은 지식을 전달받는다"고 밝혔다. 그는 "연수를 받다보면 마치 대학생이 된 기분"이라며 "같은 직군의 사람들과 만나 인적 네트워크를 유지, 각 지역 업무의 좋은 점을 공유하면서 어려운 사례를 해결하는 방법을 손쉽게 찾을 수 있어 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법무연수원 교육 일정은 1년 내내 빠짐없이 차 있다. 연수원 내 부착된 일정표에는 색깔별로 직군이 분류돼 있었다. 일반직 연수는 빨간색, 검사직은 노란색, 교정직은 초록색이었다. 대체로 한 사람 당 1~2년에 한 번 꼴로 받는다고 한다. 교육기간은 보통 3~5일 씩이다. 특히 검사들은 신임 검사, 경력 검사, 부장검사, 차장검사, 검사장 등 연차에 따른 맞춤식 리더십 교육을 받는다. 또 공안, 특수, 강력, 환경 등 전문 분야에 대한 교육도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지난 12일 법무연수원 강의실에서 교육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지난 12일 법무연수원 강의실에서 교육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사람 대하는 업무… 인성 교육 강조

법무연수원의 교정훈련센터는 교정시설의 축소판이었다. 1층은 실제 수감시설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8개의 방 안 게시판에는 교정본부의 통합교화방송 주간방송계획, 폭행.갈취 등 가혹행위 피해신고 요령안내, 규율사항이 붙어 있었다. 또 한 쪽에 침구류가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책장에 꽂힌 책들과 선반 위 그릇, 신발장에 놓인 흰색 운동화도 실제 수감시설과 동일하다고 연수원 관계자가 설명했다. 건물 한 켠에는 수감자가 자살시도를 하거나 소란을 피웠을 때 머무는 진정실이 마련돼 있었다.

연수원 관계자는 "신임 검사과정 교육을 받던 예비검사 64명이 지난 4~5월 하루동안 수감자 체험을 했다"고 소개했다. 모의재판을 통해 형선고를 받고 법정 구속 돼 수용 생활을 한 뒤 출소하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예비검사들은 모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포승에 묶여 호송차량을 타고 수감됐다가 자정이 지나 풀려났다. 연수원 관계자는 "교정 행정을 이해하고 수용자의 인권 보호의식을 고취한다는 차원에서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윤웅걸 법무연수원 기획부장(49.사법연수원 21기)은 "교정훈련센터에서는 전문 지식과 인성 두 가지를 강조한다"며 "검사 업무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검사로서의 자세와 사명에 중심을 둔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에 대한 탐구를 높이려고 인문학 교육도 많이 하고 국가관과 공직관, 헌법관도 비중있게 가르친다"고 덧붙였다.

■충북 활성화.법무한류에 기여 톡톡

법무연수원은 지난 3월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에 따라 경기 용인에서 충북 혁신도시가 들어선 진천으로 이전했다. 연수원은 지방 경제 활성화라는 이전 취지에 맞게 인근 마을 주민들과의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진천 실원마을과 자매결연 협약을 맺고 농번기 일손돕기를 진행한 지는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임정혁 법무연수원장(59.사법연수원 16기)은 "충북혁신도시가 생기면서 터전을 잃은 주민을 위해 조성된 음성군 맹동면 두성리 마을을 찾아가 인사도 하고 주민들을 법무연수원으로 초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법무연수원은 지난 4월부터 충북대 인문학연구소와 업무협의로 직원과 교육생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법무연수원과 함께 이전한 한국소비자원, 한국고용정보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5개 기관 직원들도 법무연수원에서 강의를 듣고는 한다.

법무연수원은 '법무한류'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오는 28~30일에는 제7회 한.일 검찰 친선 축구대회가 열린다. 일본 법조인들과의 교류의 장이 마련되는 셈이다. 지난 3월에는 하 흥 끄엉 베트남 법무부장관 등 일행이 연수원을 방문해 한국 법무교육 현황을 소개받고 돌아갔다. 연수원은 또 한국국제협력단(KOICA)와 함께 개발도상국 등 해외 법조인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 수만 지난 한해 239명에 달했다.

물론 애로사항도 있다. 직원들이 갑작스럽게 '시골 생활'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직원 수는 연수원 정규직 125명을 포함해 구내식당, 시설 관리 근로자까지 모두 170여명에 이른다. 수도권과 진천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 중이긴 하지만 통근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연수원 직원은 "아직 용인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도 있고 이쪽으로 이사 온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도 "출.퇴근 시간도 오래 걸리고 주변에 편의시설이 부족해 불편함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연수원 내부에는 노래방, 탁구장 등 각종 편의시설이 설치됐다. 개인 숙소도 1인실로 마련해 편리하게 생활하도록 했다. 연수원 관계자는 "연수원 외부에 편의 시설이 없다보니 직원들과 교육생들이 가급적 연수원 내에서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좋은 시설과 주변 자연 환경을 벗삼아 일상 속에서 찌든 때를 씻고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43년 법무.검찰 공무원 교육 산실

법무연수원은 검사, 검찰직, 보호직, 교정직, 출입국관리직 등 법무부와 검찰청 소속 공무원에 대한 교육 훈련과 형사정책.법무행정 발전을 위한 조사.연구업무를 담당한다. 진천 신청사는 부지면적 62만4025㎡, 건물연면적 6만3043㎡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됐다.
연수원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국가송무 담당자에 대한 교육, 특별사법경찰과 중소기업인, 지역주민, 해외 법조인 등에 대한 법교육도 병행한다. 용인 분원에서는 외국인 법조인과 중소기업인들과 로스쿨 출신 검사에 대해 집합 교육을 한다.
연간 13만명, 사이버교육까지 합하면 총 30여만명이 연수원을 거쳐간다.

hiara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