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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중 칼럼] '빅벤의 정신' 저버린 홈플러스

파이낸셜뉴스

이자수익 등 두둑히 챙긴 테스코 매각하면서 먹튀 논란 불거져
홈플러스發 고용불안 막아야

[김승중 칼럼] '빅벤의 정신' 저버린 홈플러스

영국 런던에 있는 대형 시계탑 빅벤(Big Ben). 국회의사당이 있는 웨스트민스터 궁전 동쪽 끝에 있다. 빅벤은 1859년 7월 첫 종을 울렸다. 템스 강 서쪽에서 런던 시내를 굽어본 세월만 156년이다. 빅벤의 원래 이름은 엘리자베스 타워(Elizabeth Tower)다. 빅벤이 얼마 전에 사달이 났다. 정시보다 6초정도 빠르게 움직였다. 영국 BBC4 라디오 PM뉴스 방송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고령화 때문인 것 같다.

한국에도 닮은꼴 빅벤이 있다. 영국 유통그룹 테스코가 대주주인 홈플러스에 가면 볼 수 있다. 고객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고객 의회' 정신을 담았다고 한다. 꿈과 열정을 보여주기 위해 밤에도 불을 밝혔단다. 하지만 지금은 '홈플러스형 빅벤'을 주창하던 테스코가 1조원 배당설 등 '먹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테스코는 1999년 삼성물산과 함께 합작사 삼성테스코를 만든다. 점포 2개로 대형 마트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100% 지분을 확보했다. 그후 승승장구했다. 이랜드 그룹의 홈에버(옛 까르푸)를 1조원정도 주고 사들였다. 현재까지 투자금액은 2조3000억원 정도다. 최초 토종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는 인수가 7조원 이상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시 양도차익은 4조7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홈플러스는 재무구조가 취약하다.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그 불행은 테스코가 한국에 진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테스코는 자본금 증액을 안했다. 대신 회사채 인수 등을 통해 홈플러스 측에 돈을 빌려줬다. 이자를 받아가기 위해서다. 대여금 금리는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1%포인트를 가산해 결정됐다. 자금 대여가 집중된 지난 2013년 9~12월 기준 연 3.65~3.66% 수준이다. 반면 당시 홈플러스와 같은 신용도를 지닌 신용등급 AA- 회사채 3년 만기 금리는 3.18%~3.21%였다.

현금배당 수익도 챙겼다. 현금배당 수익률을 전년 3.0%에서 올해 10.78%로 올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로열티(최근 5년간 918억원)도 받아갔다. 결국 테스코는 15년여에 걸쳐 회사채 이자 수익, 배당 등의 명목으로 이미 투자 원금에 가까운 돈을 회수해 갔다. 앞으로 발생할 지분 양도 차익은 고스란히 순투자이익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홈플러스에는 형식적인 대주주가 있다. 테스코가 네덜란드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테스코홀딩스 B.V'다. 홈플러스 지분의 100%를 들고 있다. 절세 목적으로 이 같은 지배구조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MBK파트너스가 세계 최대 자본 중 하나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꺾은 것은 하나의 사건이다. 투자은행(IB) 업계도 한국 금융의 위상을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홈플러스 매각에는 노조 반대, 먹튀 논란 등 아직 걸림돌이 남아 있다. MBK파트너스는 배당금 충당을 위해 인수 후 유상증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재무구조 악화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그후 점포 자산유동화를 통해 현금을 최대한 확보할 방침이다. 사모펀드는 기업을 사들여 구조조정을 한 뒤 차익을 남기는 것이 본연의 일이다. '홈플러스 인수→조직 및 인력 감축→분할매각'의 수순을 밟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고용불안이다. 홈플러스 식구들은 2만5000여명에 달한다. 협력업체 등 간접고용 인원도 15만여명이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다. 만약 홈플러스발 고용불안이 일어난다면 노동개혁은 뒷걸음질 칠 게 뻔하다. 테스코와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빅벤 정신'을 절대 저버리면 안 되는 이유다. 다행히 MBK파트너스는 고용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홈플러스 노조도 대화할 의향을 내비쳤다.

[email protected] 김승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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