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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청년실업, 무서운 미래를 보았다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데스크 칼럼] 청년실업, 무서운 미래를 보았다

얼마 전 일이다. 일본에서 중견기업 지사장으로 10년 가까이 근무하고 있는 친구가 잠시 짬을 내 귀국하면서 일본에서 생산하는 고급 골프의류 하나를 선물로 내밀었다. "비싼 옷을 왜 사왔느냐"며 고마움을 감추지 못하는 나에게 그 친구는 "일본에서는 아무리 글로벌 브랜드 신제품이 나와도 석달만 지나면 땡처리로 다 나와. 앞으로 내가 올 때마다 수두룩하게 사다줄게" 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며 들려준 일본의 상황은 실로 충격이었다.

"내가 도쿄에 아파트 하나를 얻어 살고있잖아. 방이 두개가 남아 30대 남자 직원 두명에게 공짜로 살게 해주고 있거든. 근데 이 직원들이 금요일 저녁이면 대형마트엘 가서 햄버거용 모닝빵을 카트에 그득하게 담아 사오더라고. 그 많은 빵을 다 뭐하려고 하느냐고 물었더니, 주말 동안 먹을 거라고 하더라고. 처음에 농담인 줄 알았지. 근데 실제로 주말 동안 방안에 꼼짝않고 틀어박혀 그걸 다 먹더라고. 깜짝 놀랬지. 돈은 없고 밖에 나가면 움직일 때마다 돈이 들어가니까 아예 나가질 않았던 거야." 한마디 한마디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일본이 20년 넘게 계속된 불황으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거의 없어. 그나마 별따기로 취업해도 대졸 초임이 우리나라와 비슷한데다 졸업과 동시에 학자금 대출을 등에 업고 나오니까 쓸 돈이 없는 거야. 그러니 취업한 사람도 돈을 못 쓰고 취업을 못한 사람은 아르바이트를 두개, 세개씩 뛰면서 하루 벌어 먹고사는데 쓸 돈이 어디 있겠어. 데이트를 즐기고 옷을 사입을 엄두도 못내는 거지. 그러니 아무리 멋진 신제품이 나와도 곧바로 재고가 되고 금방 헐값에 땡처리로 나오는 거야." 이제서야 일본의 상황이 조금 이해가 갔다. 그럼 과거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일본이 '전자왕국'으로 불리며 호황을 누리던 시절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어디 갔을까. 친구의 말이 이어졌다. "그 사람들은 일본에서 돈을 안 써. 대부분 해외여행에 돈을 쓰거든. 정작 돈 있는 노인들은 해외에서 돈을 쓰니 일본 정부가 소비진작을 위해 수백만원씩 소비쿠폰을 뿌려도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거야." 요즘 일본은 중년실업이란 말까지 등장했다고 했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청년실업자가 장년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일자리를 못 찾으면서 생긴 사회현상이다. 지난달 27일 한국개발연구원 (KDI)은 참 우려스러운 보고서를 내놨다. 우리나라가 청년실업 등 여러 면에서 묘하게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가고 있다고 했다. 정부도 이 같은 심각성을 절감하고 노동개혁 등을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며 노동계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협상에 앉기도 전에 정년연장 등 혜택을 다 챙기고 협상테이블에 등을 돌리고 있다.

얼마 전 민주노총 본사 건물에서는 이 같은 울림이 퍼졌다. "대한민국의 귀족노조는 지금 역사에 죄를 짓고 있습니다." 이제 내 아들 딸, 동생들의 울부짖음을 더는 외면해서는 안된다. 앞서 들려준 무서운 악몽이 현실이 되기 전에….

[email protected] 김관웅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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