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선택의 문제" 비용 차이는 별로 없어
사법시험의 존폐여부가 법조계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사법시험과 로스쿨 제도의 차이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두 시험 모두 치러본 수험생들은 대체로 '일률적인 비교는 곤란하다'면서 '각각 장단점이 있는 만큼 취사선택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법학 vs. 인문학.논리력 문제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매년 3~5월 치러지는 사법시험은 법률지식을 묻는 문제만 출제된다. 1차 시험은 5지 선다형으로 출제되고 필수과목은 헌법과 형법, 민법이며 법철학, 노동법, 조세법 중 1과목을 택해 시험을 치른다. 2차 시험은 헌법, 행정법, 상법, 민법, 민사소송법, 형법, 형사소송법 등 7과목으로, 논술형으로 치른다.
사법시험 수험생들은 "1차 시험부터 상당히 어려운 문제가 출제된다"면서 "로스쿨 도입이후 문제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반면 로스쿨 입학시험(법학적성시험·LEET)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에서 고르게 문제가 출제된다. 법학문제는 거의 출제되지 않고 설령 출제돼도 비전공자가 충분히 풀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 8월23일 치러진 2016학년도 LEET를 치른 대학원생 조모씨(26.여)는 "사법시험을 치고 나면 '공부를 게을리 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로스쿨시험을 치고 나니 '내 머리가 모자라는 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경험담을 털어 놓았다.
■비용 차이는 별로 없어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로스쿨 제도가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을 문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두 제도를 모두 경험해 본 사람들은 비용 면에서 두 제도가 별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변호사 이모씨(사법연수원 41기.38)는 "사법시험에 합격하기까지 4년이 걸렸다"면서 "법학전공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따로 학원을 다녀야 했고 스터디도 해야 했다"면서 "1년 평균 1000만원 정도는 든 것 같다"고 전했다.
사법시험에서 로스쿨로 방향을 바꾼 직장인 C씨(40)도 "한달에 두세 과목은 고시학원을 다녀야 했다"면서 "독학을 할 수도 있겠지만 사교육 없이 명문대 입시에 성공하는 것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털어놨다.
■결국 취사선택의 문제
두 제도를 모두 경험해 본 사람들은 "로스쿨은 3년이라는 정해진 기간이 있지만 사법시험은 1년만에 합격할 수도,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일률적으로 비교할 순 없지만 사법시험 준비비용이 적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로스쿨과 사시 모두 장.단점이 있고 제도의 취지가 다른 만큼 "결국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니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사법시험과 로스쿨 시험을 함께 준비하고 있는 정모씨(34)는 "법률지식을 갖춘 인재를 선발해 적용력을 키울 것인지, 사고력과 적용력을 중심으로 선발해 법률지식을 가르칠 것인지의 차이"라며 "어느 것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편 로스쿨 제도에서 실무교육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상당한 공감대가 법조계에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변호사 김모씨(로스쿨 1기.44)는 "변호사 시험 합격 후 실무수습을 받을 곳이 적어 힘들었고 그 나마도 충실하지 못했다"며 "사법시험 제도에서 사법연수원 역할을 담당할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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