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풍 스타일 가구가 메인로드 점령
나만의 공간 만들기 위해 세트보다 개별 구매 선호
중후한 디자인의 엔틱매장 문 닫거나 뒷골목으로 밀려
나만의 공간 만들기 위해 세트보다 개별 구매 선호
중후한 디자인의 엔틱매장 문 닫거나 뒷골목으로 밀려

지난 3일 서울 사당동에 위치한 사당 가구거리는 모처럼 활기가 넘쳤다. 가을 혼수시즌이 다가오면서 평일 저녁인데도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상인들도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이수교차로와 이수전철역의 도로를 마주보고 1㎞ 구간에 형성돼 있는 사당 가구거리는 강남의 논현동, 서대문의 아현동 가구상가 등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가구 대리점 밀집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사당 가구거리의 가구매장 수는 100개 이상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그러나 결혼인구 감소와 국내 가구소비가 하락하면서 최근에는 40여개의 점포만이 이곳에 남아 과거의 명맥을 지키고 있다.
■'편리'보다 '합리' 중시한 소비 늘어
사당 가구거리의 상인들은 최근 가구 구매패턴의 변화가 두드러진다고 입을 모았다. 5년 전만 해도 침실가구는 침대, 장롱, 협탁, 화장대, 서랍장 등 세트로 구성된 제품을 한번에 구입하는 편의성을 중심으로 한 구매가 주를 이뤘다. 자연히 고객 한 명이 해당 브랜드를 선택하면 300만~500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러나 요즘은 세트 구매가 크게 줄면서 1인당 구매금액도 감소했다. 여러 가구매장에서 어울릴 수 있는 제품을 골라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공간을 구성하려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샘 매장에서 만난 김상미씨(31)는 "쇼룸을 통해 인테리어 콘셉트를 정하고 매장별로 이 콘셉트에 어울릴 만한 디자인의 가구를 개별적으로 고르고 있다"며 "(세트로 구매할 때보다) 비용이 더 들지만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몇년 전부터 인기를 끌어온 북유럽 스타일 가구의 인기가 이 같은 개별구매를 확대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화이트에 가까운 나무 고유의 컬러와 질감을 살린 북유럽 스타일은 다른 가구와 믹스앤매치가 쉽다. 어느 가구와도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다. 반면 같은 원목을 쓰지만 무겁고 어두운 컬러와 중후한 디자인의 엔틱제품은 모던한 가구들과 좀처럼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에이스침대 매장의 한 직원은 "앤틱 제품은 세트로 구매해야만 디자인의 특성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북유럽 스타일은 다른 제품과의 조화가 쉽기 때문에 개별구매가 늘고 있다"며 "북유럽 스타일의 인기가 가구 구매패턴까지 바꿔놓았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은 기본, 친환경까지 고려해 구매
가구거리의 분위기도 크게 바뀌었다. 중후함이 돋보이는 앤틱가구가 시장에서 외면당하면서 대로변에 위치한 가구매장은 대부분 모던, 특히 북유럽 스타일로 단장한 브랜드가 자리하게 됐다. 그나마 명맥을 이어온 앤틱스타일 가구들은 이면도로변 상가와 2층으로 밀려났다.
30년째 중고 앤틱가구 매장을 운영 중이라는 한 상인은 "지금 있는 제품을 다 정리하고 다른 콘셉트의 제품으로 새롭게 문을 열 생각"이라며 "요즘 앤틱을 찾는 손님도 거의 없고, 주변에도 문을 닫은 매장이 많다"고 말했다.
수납공간을 넉넉히 만든 실용적인 가구와 친환경 가구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홍대가구디자인 매장 관계자는 "요즘 많이 찾는 모던 제품들은 수납공간이 세분화돼 있어 젊은 사람들이 물건을 보관할 때 편하다. 의자나 침대에도 수납공간을 두어 좁은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도록 배려한 제품에 관심을 갖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디자인만큼 친환경성을 꼼꼼히 따지는 고객도 늘었다. 리바트 매장 관계자는 "가구제품에 친환경 소재 사용이 늘어 아토피나 호흡기 질환 걱정이 없다"면서 "과거에는 디자인만 보고 제품을 선택했다면 최근에는 소재까지 꼼꼼히 묻고 구매하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날 딸의 혼수 가구를 구매하기 위해 가구거리를 찾았다는 신석미씨(59)도 "가구는 한 번 사면 오래 쓰기 때문에 나중에 아이가 생겨도 걱정이 없는 친환경 제품에 눈이 간다"고 말했다.
yhh1209@fnnews.com 유현희 기자 김규태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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