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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사라도 로봇기사, 인간기사보다 평가 좋아“

“같은 기사라도 로봇기사, 인간기사보다 평가 좋아“

『두산은 6일 열린 홈 경기에서 LG를 5:4, 1점차로 간신히 꺾으며 안방에서 승리했다. 두산은 니퍼트를 선발로 등판시켰고 LG는 임정우가 나섰다. 팽팽했던 승부는 5회말 2아웃에 타석에 들어선 홍성흔에 의해 갈렸다. 홍성흔은 LG 유원상을 상대로 적시타를 터뜨리며 홈으로 주자를 불러들였다. 홍성흔이 만든 2점은 그대로 결승점이 되었다. 두산은 9회에 LG 타선을 맞이해 2점을 실점했지만 최종 스코어 5-4로 두산의 승리를 지켜냈다. 한편 오늘 두산에게 패한 LG는 7연패를 기록하며 수렁에 빠졌다.』

이 기사를 누가 썼을까? 이 기사의 작성자를 묻는 질문에 일반인의 81.4%, 기자의 74.4%가 ‘인간 기자’라고 답했다. 그런데 그 답은 틀렸다. 이 기사는 인간기자가 아닌 로봇기자,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알고리즘이 작성한 기사다. 이 기사 작성의 주체를 ‘로봇’이라고 맞힌 사람은 일반인은 10명 중 2명, 기자는 3명이 채 안 된다.

◈ 로봇기사와 인간기사 구분 어려워

최근 한국에서도 로봇 작성 기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로봇 작성 기사에 대한 인식과 평가, 그리고 로봇저널리즘이 저널리즘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일반인 600명, 현업 기자 164명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이 포함된 온라인 서베이를 실시하고 미디어 이슈 13호 <로봇이 기자를 대체할 수 있다 vs 없다>를 발간했다고 8일 밝혔다.

위에서 제시한 기사를 포함하여 다섯 건(기자기사 3건, 로봇기사 2건)의 기사를 제시하고 누가 쓴 기사라고 생각하는지 기사작성 주체를 물었다. 그 결과 기사 작성 주체를 맞힌 정답률은 일반인 46.1%, 기자 52.7%에 지나지 않았다. 이 결과가 보여주는 바는 로봇기사와 인간기사를 구별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로봇기사를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이 기자가 쓴 기사와 구별을 어렵게 할 만큼 정교하게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 ‘로봇’이 쓴 기사임을 알았을 때 기사에 대한 평가 더 높아

로봇기사를 ‘로봇’이 썼다고 공개하면 평가가 더 좋아진 반면 ‘기자’가 썼다고 역공개하면 평가가 나빠졌다. 로봇기사를 로봇이 썼다고 바로 알려준 경우 신뢰할만하다(3.59), 내용이 명확하다(3.55), 잘 읽힌다(3.47) 항목이 높게 나타났다. 기자기사의 경우 ‘기자’가 썼다고 공개하면 평가가 더 나빠진 반면, 로봇이 썼다고 역공개하면 평가가 더 좋아졌다. 실제 기사 작성주체가 누구이건, 로봇이 썼다고 알려준 기사에 대한 평가는 후한 반면, 기자가 썼다고 알려준 기사에 대한 평가는 낮았다. 이는 로봇기사의 실제 질과 무관하게 ‘로봇’이 작성했다는 점에 응답자들은 더 후한 점수를, 기자기사의 실제 질과 무관하게 ‘기자’가 작성했다는 점에 더 박한 점수를 주고 있어 기자에 대한 불신, 로봇기사에 대한 기대가 각각 평가에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로봇기사와 기자기사 비교 : 일반인, 기자 모두 로봇기사에 대한 평가가 더 좋아

기사작성 주체가 각각 로봇과 기자라는 사실을 알고 기사를 평가한 경우를 비교해 본 결과, 일반인은 5개 항목 중 3개 항목에 대한 평가를 로봇기사에 더 높게 주었다. 일반인에게 로봇기사가 기자기사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은 항목은 신뢰성(3.59), 명확성(3.55), 독이성(3.47)이었고, 기자기사가 로봇기사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은 항목은 정보성(3.32), 전문성(3.18)이었다. 기자들의 경우 신뢰성을 뺀 나머지 모든 항목에서 로봇기사의 평가가 높게 나타났다.

◈ 로봇 기사가 저널리즘에 미치는 영향

일반인들의 경우 로봇이 작성한 기사에 대해 ‘편견없는 뉴스’ 기대감 높고, 로봇 기사 경쟁력 있다고 판단하지만, 비판 및 감시기능 저하에 대한 우려도 컸다. 기자들의 경우 ‘비판 및 감시기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일반인보다 높았고, 편견없는 뉴스제작에 대한 기대는 낮게 나타나 대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론적으로 일반인은 ‘편견없는’ 뉴스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기자들은 회의적이었다. 일반인 기자 모두 로봇기사의 신뢰성에는 문제없고, 품질 경쟁력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에는 일치했다. 그러나 의미없는 기사 양산, 비판 및 감시기능 저하 문제에 대해서는 기자, 일반인 모두 우려가 높았는데 특히 기자들의 우려가 높았다.

◈ 로봇기자 도입 : 기자 본인은 찬성하나 동료는 반대, 언론사 경영진은 더 많이 찬성할 것이라 생각

일반인들에게 로봇 기사 작성 도입에 대해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를 물었을 때 찬성한다는 의견이 53%로 반대한다는 의견 47%에 비해 근소하게 많았다. 기자들이 로봇기자 도입을 찬성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75.3%가 반대할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언론사 경영진의 경우 88.3%나 찬성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기자들에게 로봇 기사 작성 도입에 대한 찬반을 물었을 때 특이하게도 응답자 기자 본인은 67.1%가 찬성한다고 밝힌 반면, 동료 기자들은 36%만이 찬성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언론사 경영진이 찬성할 것이라는 응답은 87.8%나 됐다. 기자들에게는 독자들이 로봇기자 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지에 대해 추가적으로 질문했는데, 71.3%가 독자들이 로봇 기사 도입에 찬성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 로봇 VS 기자 : 대체 혹은 보완?

일반인과 기자를 대상으로 로봇의 도입이 인간 기자를 대체할 것인지 보완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한 결과, 일반인의 69.8%는 로봇이 인간 기자를 보완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로봇이 인간 기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응답은 30.2%였다. 기자들의 경우는 일반인보다 로봇이 기자를 대체하기 보다는 보완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더 많았다. 보완한다는 기자는 89%였던 반면 대체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자들은 11%였다. 일반인 10명 중의 3명, 기자 10명 중의 1명 정도만이 로봇기자가 인간기자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언론진흥재단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없듯이 로봇기자가 인간기자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알고리즘을 만드는 개발자가 인간이고 개발자가 알고리즘을 위해 참고하는 기사의 원형은 기자에게 있다. 로봇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과 기자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상호보완적으로 결합될 때 저널리즘은 한 발 더 미래로 다가서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