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업체가 또 베껴갈라 가전 선두주자의 남모를 고민
IFA 전시장에 삼성 신제품이 안보인다? .. 히든룸서만 살짝 공개
윤부근 사장 "동영상 찍고 뒤집어보고.. 다 뺏긴다"
【 베를린(독일)=최갑천 기자】지난 5일(현지시간) 오전 10시께 독일 국제가전박람회(IFA) 2015의 삼성전자 전용전시관인 '시티큐브 베를린'.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사진)이 부스를 방문한 윤주화 삼성물산(옛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과 생활가전 전시공간 앞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두 대표들은 올해 IFA 전시 동향과 삼성전자의 전략 제품 등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윤주화 사장은 삼성물산이 IFA에서 별도 전시공간을 마련해 웨어러블(입는) 패션을 선보이면서 베를린을 찾게 됐다.
■베끼기 불안, 미래제품 전시 못해
5분여의 짧은 담소가 끝나고 윤주화 사장이 부스를 떠나자 윤부근 사장에게 다가가 올해 IFA 전시 동향을 물었다. 55회째를 맞은 IFA 역사상 최대 규모인 1600여개 업체가 참가한 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윤 사장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간단했다. 그는 "전시장을 둘러봤는데 특별한 건 안 보이더라"라고 총평했다. 다만 "세탁기는 우리가 트렌드세터(유행선도자)가 됐다. (경쟁사들) 세탁기 도어가 (우리 스타일처럼) 다 바뀌었더라"라고 말했다.
최대 전시관을 꾸린 삼성전자는 올해 IFA에서 TV와 생활가전 분야의 신제품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올 1월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선보였던 제품들이 주를 이뤘다. 지난 1일 국내 출시한 하반기 전략세탁기 '버블샷 애드워시'도 일반 전시장엔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세탁 중 세탁물을 추가할 수 있는 전용 투입구를 적용한 애드워시는 비공식 전시공간인 '히든룸'에서 언론과 거래처들에만 공개됐다.
윤 사장은 내년 이후 전략제품을 IFA에서 선보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장 올해와 내년 장사가 중요해 내년 이후 미래제품은 거래처들에만 프라이빗 공간에서 따로 선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전시하면 (경쟁사들이) 동영상 찍고, 뒤집어 보고 다 빼앗겨 버린다"고 귀띔했다.
윤 사장의 이런 고민은 IFA 현장에서 어느 정도 실감할 수 있었다. 실제로 중국 최대 가전사인 하이얼은 이번 IFA에서 상 냉장실, 하 냉동실 2개 구조의 트리플 냉각시스템인 'T도어 시리즈' 냉장고를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여 전시했다.
그러나 트리플 냉각시스템은 삼성전자의 'T9000'이나 LG전자의 '4도어 디오스 냉장고(V9100)'에서 이미 채택했던 기술과 비슷했다.
하이얼이 세계 최초로 드럼세탁기 2대를 상하로 연결한 제품인 '뉴 하이얼 듀얼 드럼세탁기'도 국산 베끼기 의혹이 일었다. 앞서 LG전자가 올 1월 CES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드럼세탁기와 통돌이(전자동) 결합제품인 '트롬 트윈워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트윈워시는 LG전자가 이번 IFA에서 세탁기 부문 전략제품으로 전면 배치한 모델이기도 했다.
IFA 현장에서 만난 LG전자 한 관계자는 "하이얼의 듀얼 드럼세탁기가 드럼과 전자동을 결합한 트윈워시와 달리 드럼세탁기 2대를 결합했다고 하지만 아이디어 측면에서 우리 제품을 따라 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국제전시회마다 베끼기 '성행'
삼성 등 국내 업체들이 국제 정보기술(IT) 전시회에서 후발업체들의 베끼기에 골머리를 앓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LG전자는 올 CES에서 상용화 직전 기술이나 양산 이전의 시제품 등을 거래처에만 공개하는 히든존을 확대하기도 했다. 올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언팩 행사를 가진 삼성전자의 최신 전략폰 '갤럭시S6'도 정작 일반 전시관에서는 볼 수 없었다. 중국 등 후발업체들이 휴대폰 등으로 무차별 촬영해 '짝퉁' 제품을 출시하는 걸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IFA를 통해 중국이 TV와 가전 기술력에서 한국과의 격차를 더 좁혔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도 "프리미엄 제품이나 전략 제품은 여전히 디자인, 기술력 등에서 뒤처져 한국 제품을 답습하려는 관행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