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책을 읽읍시다] 대중은 왜 음모론에 끌리는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10 17:06

수정 2015.09.10 17:06

'근거 있는 음모론'을 경계하라
톄거 / 미래의창
톄거 / 미래의창


세상에는 두 가지 음모론이 있다. 근거 없는 음모론과 근거 있는 음모론. 전자는 시간이 흐르면 유언비어였음이 밝혀지고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진다.

하지만 문제는 '근거 있는 음모론'이다. 그저 상상력이 빚어낸 모래성이 아니라 논리적인 토대 위에 세워진 요새일 때, 대중은 이에 현혹되고 편향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폭력으로 변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시온 의정서'를 근거로 한 유대인 음모론은 음모론이 악용된 대표적 예다. '시온 의정서'는 유대인들이 세계 정복의 야심을 갖고 비밀회의를 가진 후 채택한 행동지침서라고 알려졌다. 이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의 최대 명분이자 효과적인 선전 도구로 사용됐다.

"종교에 뿌리를 둔 천벌론이 음모론과 결합하면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발생하고 민중의 광기와 우매함, 권력의 탐욕과 파렴치함이 결합되면 지옥보다 더 어두운 세상이 탄생한다. 음모론적인 사유와 관념이 계속 존재하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면 이런 비극은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방식으로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215쪽)

저자는 음모론이 나름의 논리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가십거리로 떠돌던 말들이 기정사실로 굳어질 때 대중은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길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의구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는 행위는 건강한 사유의 출발이지만, 의심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케네디의 죽음, 1달러 지폐에 새겨진 프리메이슨의 상징, 미국 역대 대통령에 관한 음모론, 히틀러 스파이설까지. 저자는 다양한 음모론의 탄생 과정과 관련 문헌을 상세히 소개한다. 이와 함께 세계적으로 유행한 음모론의 허위를 밝힘으로써 음모론의 과도한 정치화와 주류화를 경고한다.


반증 불가능, 배후 세력의 악마화, 낙인과 다수의 동조 등 음모론의 10가지 특징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이를 통해 음모론의 생성 원리를 이해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건전한 사유의 기틀을 마련해주는 셈이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