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빛과 소금, 공복들] (71) "부검 통해 억울한 죽음 줄이는 게 나의 역할"
14년차 부검의 최병하 법의관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놓치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신월동 서울과학수사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법의학과 최병하 법의관(47)은 사자(死者)를 다루는 마음가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옆 건물 부검실에서는 '구파발검문소 총기사고' 피해자 박모 의경에 대한 부검이 진행되고 있었다.
최 법의관은 "법의관은 범죄와 연관된 것과 범죄와 연관이 없더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검을 의뢰하는 건을 다룬다"며 "이것이 환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질병을 치료하는 일반 의사와 다른 점"이라고 전했다.
2002년 국과수에 입사한 최 법의관은 올해로 14년차 부검의다. 수많은 '말없는 환자'들이 그를 거쳤다.
최 법의관은 "개개인보다는 사건들이 주로 떠오른다"며 지난해 세월호 사고와 인도네시아 에어아시아기 추락사고를 꺼냈다.
최 법의관은 "세월호 때는 많으면 하루에 희생자 40~50구가 인양됐는데 무엇보다 빨리 신원을 확인해야 했다"며 "학생들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부검은 법의관, 방사선사와 임상병리사, 사진 담당자 등 4인 1조로 팀을 꾸려 진행된다. 시신에 손상이 없으면 부검하는 데 40~50분 걸리고 사건이 복잡할 경우 4~5시간까지 소요된다. 부검 전 담당 형사에게서 수사상 정보를 얻기도 한다. 법의관은 육안 소견, 조직 검사, 현미경 소견 등을 수사기관에 통보하게 된다.
최 법의관은 "의학적이고 사실적인 부분을 다룬다는 데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런 그도 대형 사건과 연관되면 주변에서 '진짜 부검 결과가 맞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단다. 항간의 오해에 대해 최 법의관은 "누군가의 편을 들 필요가 전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행자부 소속 공무원 신분이지만 경찰은 별개의 조직이며 일종의 고객"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과수는 2년 전부터 '365(삼육오) 부검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연중무휴는 물론이고 연간 주말·공휴일에만 900여건의 부검이 실시된다.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처우는 열악하다. 시간 당 만원꼴인 휴일수당은 대표적인 사례다.
전국적으로 따져도 부검의는 25명 뿐이다. 서울분원에는 10명이 근무한다. 법의학 강의가 개설된 일부 대학병원에서 법의관들을 촉탁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최 법의관은 "연구소 선발인원을 채운 게 불과 3~4년 전"이라며 "최근에는 인기가 높아져 법의관 경쟁률이 40~50대 1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 해소법을 묻자 '잠'이라고 답한 그는 사무실 밖으로 나가 진돗개 '진이'를 소개했다.
"몇 달 전 진도 군민분들이 보낸 진돗갭니다. 아주 귀엽죠."
신아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