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文 재신임 철회, 내홍 봉합…계파갈등·분당론 잠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21 16:30

수정 2015.09.21 16:30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당내 비주류의 사퇴 압박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정치적 '승부수'로 띄운 재신임 투표 요구를 제안한지 12일만에 거둬들였다. 이로써 재신임 정국이 향후 당 존립기반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중대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당초 우려가 잦아들면서 일단 '수습국면'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당내 갈등이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와 함께 내홍이 잠시 수면아래로 가라앉았을 뿐 비루류의 반격 등으로 인해 다시 당내 권력 투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재신임 투표의사를 철회한 문 대표가 당내 사퇴압박을 극복하고, 안정적 리더십 확보를 위해 '화합'과 '혁신' 키워드로 재무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함께 '선명성'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文 재신임 투표 철회…수습 국면

문 대표는 21일 김성수 대변인이 대독한 입장발표문을 통해 "어제 당무위원·국회위원 연석회의 결의를 존중한다"면서 "제 뜻은 거둬들이고 모두의 충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재신임 투표 철회 의사를 밝혔다.


문 대표가 당 대표라는 자리 뿐 아니라 '정치 인생'을 건 승부수를 던졌지만 전날 당무위원·국회위원 연석회의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통 큰'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관측이다. 혁신위의 혁신안이 중앙위를 통과해 이미 재신임 수준의 당내 지지기반을 어느정도 확인한 만큼 일부 비주류를 제외하고는 당내 총의가 재신임 투표 의사를 철회해 당을 단합시키라는 '지상과제'를 부여한 것으로 보고 이를 전격 수용했다는 분석이다.

당내 비주류와 각을 세운 채 재신임 투표를 강행할 경우 오히려 대표가 당 화합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가뜩이나 '견고한' 단일대오 전선이 필요한 정기국회에서 정국주도권을 탈환하기가 요원해질 것이라는 현실적 명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일단 문 대표 체제 힘실어주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여전히 문 대표의 존재감을 인정하지 않는 비주류로서도 연석회의 결과를 수용한 문 대표를 겨냥해 당장 칼 끝을 다시 겨누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국감에서 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하는 마당에 문 대표와 친노무현계를 향해 총공세를 퍼부을 경우 당 분열 및 조장의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계파갈등·분당론 불씨 여전

다만 비주류의 문 대표를 향한 십자포화는 잠시 휴지기에 접어들었을 뿐 언제든지 양측간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는 23일 혁신위의 인적쇄신론을 비롯해 공천 기준 등을 둘러싼 내홍이 불거지면 주류 대 비주류간 '외나무 혈투'는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주류 측은 문 대표의 재신임을 '셀프 재신임'이라고 저평가하며, 완전한 승복이 아닌 '숨고르기'라는 입장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내홍이 미봉에 그쳐 계파갈등이 언제든지 다시 분출할 수 있는 것이다.

비주류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 소속인 문병호 의원은 모임 오찬 회동 후 일련의 행보가 '대표 흔들기'라는 지적에 대해 "민주정당에서 당연히 비판과 반대가 있다"고 일축하며 "당이 총선 승리와 반대 반향으로 간다면 분명히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할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당 밖의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 신당 창당 움직임과 관련해 파급력 정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주류 의원들도 신당 합류에 대해선 일단 선을 긋고 있지만 23일 인적쇄신안으로 인해 계파갈등이 다시 점화될 경우 탈당 및 신당 합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文-安 선명성 경쟁 가열

문 대표는 재신임 투표 의사 거둬들여 당 화합을 도모해 안정적인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향후 비전 제시가 혁신과 단합의 키워드에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문 대표는 "마음은 더욱 비우고 책임은 더욱 다해서 당을 더 혁신하고 더 단합하도록 하겠다"고 당부했다.

재신임 정국 이후 문 대표의 리더십은 당의 혁신과 통합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내년 총선 공천을 위해 현역의원 등 후보군들을 평가하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와 참신한 정치신인 발굴 역할을 맡을 인재영입위원회도 조만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 화합을 위해 비주류 측 의원들과의 소통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선명성 경쟁도 가열될 것으로 관측된다.
안 전 대표가 부정부패 척결을 시작으로 혁신 이슈 선점에 나서자 문 대표도 인적쇄신안을 비롯해 국민소득 주도 성장론, 한반도 신경제지도 등을 내세우는 등 두 차기 대권 후보가 본격적인 '혁신 경쟁'이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최미랑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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