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창업강국 코리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가다] (6) 포스코의 벤처 고르기 심혈.. 선정기업은 3년간 돌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21 17:53

수정 2015.09.21 17:53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
전국 창조경제센터 중 유일한 민간 자율형 운영 5년간 총 3600억원 투자
벤처 거품 막기 위해 1년마다 강도높은 심의로 목표 미달기업 지원 중단
포항·광양에 센터 오픈 연내 인천 송도에 신설 전국 3곳 창조기지 세워
지난 7월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창조센터 소통데이'에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가운데)이 예비창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국 창조경제센터 중 유일하게 민간 자율형으로, 국내 1등 철강사인 포스코와 연계돼 운영된다.
지난 7월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창조센터 소통데이'에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가운데)이 예비창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국 창조경제센터 중 유일하게 민간 자율형으로, 국내 1등 철강사인 포스코와 연계돼 운영된다.


[창업강국 코리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가다] (6) 포스코의 벤처 고르기 심혈.. 선정기업은 3년간 돌본다

[포항=최진숙 기자] 경북 포항 포스코 본사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포스텍(구 포항공과대학) 융합동 'C5'. 이곳 5층에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가 들어서 있다. 지난 1월 문을 연 포항창조센터는 평일 낮, 외관만으론 평온한 듯했다. 하지만 10개 입주사, 여기에 연결된 회의실, 상담실, 제품 조립실에 들어서면 숨이 가빠진다. 쉴새없는 전화, 릴레이 회의, 멘토링 상담, 막바지 제품 조립. 가는 곳마다 열기가 후끈했다.

센터 가운데 위치한 전시공간 초입에는 수도꼭지와 온수기 본체를 배치한 제품이 있었다.
지난 8월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 페스티벌에서 최고상인 창조경제대상을 수상한 아이디어제품. 라온닉스의 '순간 온수기'였다.

최첨단 신소재인 '투명 전도성 순간 발열체(PCM)'를 이용해 온수 탱크없이도 코팅된 발열체에 전기를 공급, 수초만에 즉각적인 발열이 일어나도록 만든 기구였다. 전문가들은 향후 생활가전, 난방기기는 물론 스팀을 이용한 각종 산업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라온닉스을 가능성있는 벤처로 처음 알아봐준 곳이 포항창조센터였다. 라온닉스는 지난 3월 입주사 공모에 응시, 4월 입주에 성공했다.

■유일한 민간자율형 창조경제센터

이제 개소한지 9개월째 접어든 포항창조센터는 '소리없이 강한 인큐베이팅 산실'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포항창조센터는 국내서 유일한 민간자율형센터라는 점에서 현재 민·관 합동으로 운영되는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다소 차이가 있다.

포항창조센터는 독자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면서 벤처 씨앗을 키운다. 기업 발굴, 투자 규모 등 일체 작업에 정부의 관여가 없다. 대신 창업허브, 강소기업 육성 거점 기지로서의 역할은 다른 혁신센터와 다르지 않다.

포항창조센터가 독자길을 걷게 된 것은 정부가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별 기업 매칭 과정에서 경북과 삼성을 짝지으면서 포항의 경우 센터 설립 지역에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코의 막강한 인프라를 놓치기 아쉽다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왔고 결국 포스코 단독 운영으로 센터가 출범했다.

장영균 사무국장은 "포스코가 잘하는 건 연구개발이다. 그리고 주도면밀한 심사다. 여기 창조센터는 이런 장점이 녹아 있는 곳"이라고 했다.

R&D 투자금액도 적지 않다. 포스코는 포항창조센터에 5년간 R&D비용을 포함해 총 3600억원을 투자한다. 이미 65억원이 책정된 8개 과제 개발 작업이 시작됐다.

포항창조센터의 핵심기능은 두축으로 움직인다. 에너지, 소재, 환경, 스마트팩토르, ICT(정보통신기술) 관련 분야 예비창업자를 키우는 한편, 강소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토털 기술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여기서 새롭게 발굴한 업체들은 정부가 지난 8월 창조경제혁신센터 예비창업자 등을 대상으로 개최한 '아이디어.창업경진대회'에서 상위권을 휩쓸었다. 가능성있는 벤처에 대한 판단, 심의능력에서 포스코가 앞섰다는 의미도 된다.

■창업 인큐베이팅 최장 3년

인큐베이팅 과정은 깐깐하고 신중하다. 연구과제를 발굴하는데도 수개월씩 걸린다. 예비창업자를 고르는 일도 간단치 않다.

장 사무국장은 "벤처를 통해 성공한 사람뿐아니라 실패한 사업가, 교수, 연구원, 투자자 등 광범위한 범위의 사람들이 심의에 들어간다. 특히 벤처 창업후 실패한 사람의 의견을 많이 듣는다. 강도높은 심의에 민원도 많이 들어온다. 하지만 싫은 소리 들어도 제대로 성공시키는게 우리 임무 아니겠냐"고 했다.

어렵게 선택된 예비기업들은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 인큐베이팅 기간도 최장 3년이다. 기존 창조혁신센터 대부분이 6개월 기한을 둔 것과도 다른 대목이다.

포항창조센터측은 "안전한 지대서 자립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분야가 환경, 에너지, 소재관련이다 보니 인큐베이팅 과정이 더디게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 입주 공모 경쟁률은 다른 곳에 비해 낮다. 대구, 대전의 경우 200대1이 넘지만, 포항의 경우 3대1 수준"이라고 했다.

대신 1년마다 강도높은 심의를 통해 향후 지원 여부를 그때마다 결정한다. 기대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업체들에겐 지원이 중단된다. 센터 관계자는 "가혹할 수 있지만 그래야 제대로 성공할 수 있다. 벤처 거품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연내 전국 3곳에 창조혁신센터

포스코창조센터는 지역의 창업 토대를 만들고, 경제 저변을 확대하는 것에도 공을 들인다.

강소기업육성 기술지원단, 포항시 클린포항 전문기술지원단 등을 발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지원단에는 포스텍, 한동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등의 전현직 연구원, 교수진, 포스코 출신 전문인력 등이 대거 포함돼있다. 이들은 현장을 직접 방문해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R&D과제를 함께 발굴한다.

포항창조센터측은 "고학력자들 이제 창업을 기피한다. 이들에게 약한 게 도전정신이다. 그런 정신을 길러주는 토양을 만드는것도 향후 중요 사업이 될 것"이라며 "과거 창업은 한사람의 똑똑함으로 이뤄졌지만, 이제는 협업이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창조혁신센터가 더 의미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엔 글로벌 스타벤처 육성 프로젝트의 결실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육성중인 벤처의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중이다. 포항창조센터는 전세계 포스코 지사를 활용할 계획도 있다.

포스코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8월 전남 광양에서도 문을 열었다.
연내 인천 송도에서도 하나 더 신설된다. 전국에 세곳이나 창조센터를 두는 기업은 포스코가 유일하다.
포스코는 이 세곳 창조기지를 통해 그룹의 비전도 함께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jin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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