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어기고 군의관 고용한 병원 적발.. 지자체 도서관장 성추행 자백 받아내기도
조사담당관실 직원들은 지자체 등 비위행위 적발을 위해 일주일에 다섯 번 이상 지방에 머물기 일쑤다. 조사관들은 전국 각지에서 밤샘 잠복근무, 위장, 탐문수사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비위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밤샘 잠복해 비위행위 적발해내기도
올해 초 조사담당관실은 A의료원 공중보건의와 B국군통합병원 군의관이 야간에 근처 C민간병원 응급실에서 당직근무를 하고 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공중보건의와 군의관은 복무기간에는 공무원으로 취급돼 공중보건업무 외의 업무에는 종사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담당 조사관들은 감찰을 위한 전략회의에 들어갔다.
조사관 2명은 환자 방문이 적은 자정께 해당 병원을 찾아 "감기 증상이 심하다"며 창구에 접수했다. 1명은 직원 지시에 따라 응급실로 향했고 다른 한명은 의사가 나오는 경로를 확인했다.
응급실에 들어서자 20대로 추정되는 의사가 나와 진료를 봤는데 인상착의가 A의료원 공보의와 흡사했다. 조사관이 처방전을 재차 요청하자 의사는 겨우 처방전을 발급해줬다. 처방전에 명시된 진료의사를 확인해보니 C민간병원에 재직 중인 40~50대의 외과 의사로 확인됐다. 타인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도 위법이다.
조사관들은 해당 의사가 퇴근하는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병원 근처에서 밤을 새웠다. 조사관들은 다음날 오전 6시30분께 문제의 당직의사가 대기실에서 나와 병원 직원에게 하얀색 봉투를 건네받는 모습을 확인했다. 공보의들은 자신의 신분을 속이기 위해 통상 당직수당을 현금으로 수령하곤 한다. 결정적으로 당직의사 차량번호가 조사관들이 지자체를 통해 확인한 공보의 차량번호와 일치했다. 확신을 갖게 된 조사관들은 보건소 직원과 함께 C병원의 의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집중 확인했다. 조사 결과 C병원은 그간 공중보건의 2명, 군의관 6명 등을 응급실 당직근무자로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조사관들은 관할 지자체와 국방부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다.
■성추행 사건…5일 만에 자백받아
조사관실은 성추행 사건 해결을 위해 5일 동안 조사를 강행하기도 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D도서관의 도서관장인 E씨가 상습적으로 미혼의 사서직 여직원을 성추행한다는 제보가 올해 초 들어왔다. 결재를 받으러 관장실에 들어가면 특정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한다는 것.
조사관들은 D도서관에 근무하거나 인근 정부기관에 종사하는 지인들을 만나 일상적인 이야기와 해당 내용에 대해 물었다. 제보내용과 비슷한 말이 쏟아져나왔다. E씨가 전 근무지에서도 노래방 등 회식자리에서 여직원들의 가슴을 만진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는 말도 나왔다. 사실 확인을 위해 D도서관장실을 찾았다. E씨는 "나는 당뇨병이 심해 술도 전혀 못하기 때문에 노래방을 안 간다"며 "결재 받으러 오는 여직원을 만지다니 무슨 소리냐"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E씨 지인들에게 물어본 결과, E씨는 평소 애주가로 알려져 있었다.
조사관들은 도서관장실이 아닌 근처 군청 감사장에서 E씨를 다시 만났다. 조사관들이 재차 해당 내용을 캐묻자 E씨는 회식 겸 노래방에 자주 가면서 여직원들과 껴안고 춤도 췄다는 내용은 시인했다. 추행 혐의는 부인했다. E씨는 "춤을 추면서 여직원들의 몸을 스쳤을 수는 있지만 결코 만진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조사 4일차 오전 피해자인 여직원에게 접촉을 시도했지만 그는 "관장 편을 들어주러 온 것이 아니냐"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몇 시간이 지나 조사팀이 '감찰반은 절대 특정인을 봐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문자를 여직원에게 보냈다. 여직원은 결국 조사에 응했고 그간 관장이 수시로 회식 때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고 증언했다.
이튿날 조사관들은 E씨를 군청 감사장으로 다시 불렀다. E씨는 처음에는 일부러 만진 적은 없다고 항변하다가 결국 해당 여직원을 수시로 성추행한 점을 시인했다. 사실 확인이 끝나자 조사관들은 지자체에 E씨에 대한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박나원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