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준비 중인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연회비 제도'를 도입한 대학이 잇따르면서 도서관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취업난에 학교에 남아 공부하면서 취업의 문을 두드리기 위한 졸업생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학 도서관을 이용하면 구직정보 뿐만 아니라 취업스터디 그룹 참여가 용이해 이 제도를 대체적으로 수용한다고 취업 준비생들은 전했다.
■편리함·저비용이 최대 장점
23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 도서관을 이용하는 졸업생들은 편리함과 저렴한 비용을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별도 신청 절차를 거치면 보통 3시간에 5000원 가량 내는 스터디카페를 피하면서 열람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서다. 세미나실을 예약하기 편리하고 같은 학교 학생들과 모여 취업 스터디를 하기 쉽다는 점도 있다.
H대를 졸업하고 1년째 취업 준비중인 유모씨(26·여)는 "취업 준비생이어서 용돈이 부족한데 학식(學食)이 저렴하고 도서관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대학 도서관을 자주 찾는다"며 "시험기간이 다가와 자리가 부족할 때는 눈치가 보이곤 한다"고 말했다.
S대를 졸업한 나모씨(27)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해 거리도 가깝고 시설이 좋아 학교 도서관을 이용한다"며 "학교에서 열리는 취업설명회가 많아 구직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졸업 후 대학 도서관에서 임용시험을 2년째 준비하는 류모씨(27)는 "시설을 잘 알고 있는 만큼 헤매지 않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좋지만 후배들과 마주치면 아직도 취업 못한 한심한 선배로 보일까봐 신경이 쓰이긴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학교발전기금 5만원을 내고 시험 관련 서적을 빌려다보지만 학부 때에 비해 대출 권수가 적어 불편한 점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S대의 경우 올 2월 열람실 2500석 규모의 관정도서관을 '재학생 전용도서관'으로 개관했다가 졸업생 등에게서 잇따라 건의를 받고 제도를 바꿨다. 현재 졸업생들은 신분증을 맡기고 일일출입증을 받으면 도서관 열람실과 비디오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내 미래일 수도…"
대학들도 점차 도서관을 이용하는 졸업생들을 상대로 '연회비'를 받는 추세다. 다만 비용, 출입기간, 이용 서비스 등은 학교 상황에 따라 다르다.
K대 도서관은 올 3월부터 도서관 연회비제도를 도입, 학부·대학원 졸업생이 도서관을 이용하려면 학기당 5만원을 내도록 했다. 종전까지는 졸업생의 도서관 출입과 열람실 이용, 자료 이용은 무료였지만 이제 회비를 내지 않으면 출입할 수 없다.
E대 도서관은 당초 '졸업생 예치금 제도'를 운영해 이용기간이 끝나면 보증금 15만원을 당사자에게 돌려줬지만 지난해 3월부터 연회비 제도로 전환했다. 1년에 1만원을 내면 열람실을 쓸 수 있고 2년에 5만원을 내면 자료 대출이 가능하다. 졸업생에게 무료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경희대 도서관은 현재 연회비 도입을 논의 중이다.
K대는 올 1학기 졸업생 913명이 연회비 10만원을 내고 도서관을 이용했으며, D대의 경우 970여명이 연회비 1만원(열람실 이용) 또는 5만원(열람실 이용, 대출)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또다른 4년제 사립대학은 올 3월~8월 졸업생 845명이 학교발전기금 5만원을 내고 도서관 이용증을 발급받았다.
모대학 휴학 중인 김모씨(27)는 "학생증을 찍지 않고 들어올 수 있는 단과대 도서관을 사석화하거나 24시간 열람실에 자신이 공부하는 책을 수북하게 쌓아놓고 비켜주지 않는 경우가 가끔 있어 화가 날 때도 있지만 '내 미래가 되진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hiaram@fnnews.com 신아람 김규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