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에 청원편지.. 1만명 호적 찾아줘" 기네스북 공인 받아
【 고양=장충식 기자】 50년간 3만2000여통의 손 편지를 써 세상에 감동을 전하고 약자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경기 고양시에 사는 정종련씨(75). 팔순을 바라보는 정씨는 '편지를 제일 많이 보낸 사람'으로 기네스북이 공인한 인물이다.
정씨가 1965년 2월 7일부터 지난 23일까지 쓴 손 편지는 3만2645통. 하루 평균 1.8통, 한 달 평균 54통, 연평균 652통에 달한다. 그가 편지를 보내며 수취인, 일련번호, 인적사항, 편지내용 등을 일일이 기록한 편지발송대장만 17권에 달한다. 이 대장은 충남 천안의 우정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편지를 보낸 곳은 일반 지인이나 단체, 부모형제, 일가친척은 물론 정부와 공공기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정씨가 이처럼 손 편지를 쓰는 이유는 이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1983년부터 16년간 법무부 등에 편지를 보내 무호적자 지원을 위한 제도 마련을 청원, 무려 1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호적을 찾아줬다.
정씨는 이후에도 '삼성법률봉사단' 등에서 시민활동가로 일하며 호적을 찾아주는 일을 계속했다. 그는 소외계층 인권보호에 앞장선 공로로 2005년 4월 '법의 날'에 비법조인으로는 처음으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정씨는 "어린 시절 한학자인 선친에게 손 편지의 장점에 대해 가르침을 받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며 "손 편지는 통신수단이 발달한 요즘에도 그리움과 감동을 줄 수 있고 편지를 쓰는 동안에는 마음이 맑아진다"고 손 편지를 쓰는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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