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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복합쇼핑몰, 규제가 만능은 아니다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25 15:50

수정 2015.09.25 15:50

[여의도에서] 복합쇼핑몰, 규제가 만능은 아니다

장기불황 시대에 안정적인 투자처를 추천해달라고 지인들이 물을 때마다 식품 및 영화.게임 엔터주에 투자하라고 종종 이야기한다. 지난 1년간 식품 테마주는 주가 상승세를 거듭해왔다. 또 1000만 관객 흥행 영화가 1년에 몇 편씩 쏟아지고 있다.

취업난과 장기불황 속에서 소비자들의 지갑은 얇아졌다. 하지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먹고 즐기는 소비와 오락을 즐겨야 하는 총량이 있다는 게 개인적인 소견이다. 충분한 잠을 자고 스트레스를 풀어야만 신체가 제대로 돌아가는 이치와 비슷하다.


장기불황에 빠질수록 먹거리와 볼거리가 한곳에 모인 복합쇼핑몰 형태의 유통업이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 복합쇼핑몰은 어쩌면 장기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테마산업이 될 수 있다.

최근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은 먹거리 장터처럼 변화하고 있고, 영화관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 쇼핑몰이나 백화점을 방문해 영화를 보고 식사를 한 뒤 새로운 상품을 구입하면서 휴일 하루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다.

여름철 바캉스 시즌이나 쌀쌀한 겨울에는 냉난방이 잘된 복합쇼핑몰이 더욱 인기다. 비싼 돈을 주고 해외여행까지 가지 않더라도 편안하게 한 장소에서 고품질의 볼거리와 먹거리를 다양하게 서비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할인가격에 명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이런 추세 때문인지 최근 유통가에는 대형 테마형 복합쇼핑몰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면세점이 입점한 초대형 쇼핑몰에는 중국인 관광객들까지 몰리고 있다. 외화벌이도 가능한 미래형 유통산업으로까지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대형 쇼핑몰을 바라보는 정부와 정치권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대형 쇼핑몰이 중소상인들을 죽이는 거대한 골리앗과 같은 곳이라고 보는 경우까지 있다. 지난 24일 국회에서는 을지로위원회,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시민단체, 일부 국회의원들은 복합쇼핑몰 입지 규제를 위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률안의 골자는 상업지역 내에는 1만㎡를 초과하는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건축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의 복합쇼핑몰과 프리미엄아웃렛이 비정규직 남발, 지역상권의 독점에 따른 중소상인의 시장 퇴출 등 심각한 지역경제를 붕괴시키고 있다는 게 법안 발의 이유다. 시·도지사가 인정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지역상인과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하도록 했다.

이런 법률안이 과연 100% 완벽한 법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법률안이 통과되면 국내 최고층 빌딩 및 복합쇼핑몰이 들어선 제2롯데월드와 같은 대형 건축물은 앞으로 서울시내가 아닌 수도권 외곽에 지어야 한다.

고용창출에 어느 정도 기여 중인 복합쇼핑몰이 비정규직을 남발하고 있는 것에도 좀처럼 수긍이 가지 않는다.
국내 최대 재래식 시장이 있는 남대문시장 인근에는 신세계백화점, 동대문시장 인근에는 두산타워 등 다양한 백화점과 쇼핑몰이 있지만 대형 쇼핑 기업들과 재래식 시장 간의 영업 충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오히려 백화점과 재래식 시장 간의 이색적인 볼거리에 외국인 관광객들의 명소가 됐다.
복합쇼핑몰 규제가 만능은 아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생활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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