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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프리뷰] 가치투자를 위한 변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29 17:23

수정 2015.09.29 17:23

[마켓 프리뷰] 가치투자를 위한 변명

최근 자산가들 사이에는 투자자문사에 거액을 맡기는 것이 유행이다. 자문사는 자금의 운용자가 회사의 주인인 경우가 많아 운용자가 바뀔 염려가 없고, 나름의 투자철학을 갖고 투자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요구를 반영해 운용하기 때문에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자문사 간에 크게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잘 나가는 화장품이나 제약주등을 매수한 자문사는 수익률도 좋고, 잔고도 늘어났다. 반대로 이들 종목을 편입하는 대신, 저주가수익비율(PER), 저주가순자산비율(PBR) 주식을 산 전통적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자문사들은 수익률이 좋지 않을 뿐더러 고객들의 불만과 잔고 감소에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


화장품이나 제약·바이오처럼 비싸고 인기 있는 종목들의 주가는 높은 밸류에이션에도 더 올라가고, 은행주나 철강주처럼 싸고 인기 없는 종목들의 주가는 낮은 밸류에이션에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자문사나 투자자가 1년 내내 좋은 성과를 꾸준히 내기는 정말 힘들다. 시장의 스타일은 언제 바뀔지 모르고, 등락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탓이다. 사람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잘하는 부분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이클에서 잘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가치투자의 명가인 VIP투자자문도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500%가 넘는 수익을 올렸지만 매년 코스피를 이긴 것은 아니었으며, 3~4년에 한 번씩 가치투자가 빛을 보는 시기에 기회를 놓치지 않고 탁월하게 높은 수익을 올렸기에 가능했다.

성장주로 분류되는 화장품, 제약·바이오 주식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세계적인 초저금리현상 덕이 컸다. 기준금리가 1.5%, 국고채 3년 금리가 1.6~1.7%를 유지하고 있는데 PER로 따지면 50배가 넘기 때문에 현재 가격이 정당화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금리가 상승해도 유지가능한지는 지켜볼 일이다.

가치투자 철학을 지닌 투자자와 자문사들은 '좋은 회사의 주식을 싼 가격에 매수한다'라는 가치투자의 원칙을 갖고, 시장의 흐름에 상관없이 가치대비 싼 주식들을 매입하고 있다. 하지만 자칫 양극화된 시장 상황과 맞물려 시대에 뒤떨어진 쓰레기 같은 주식들만 사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비판을 받기 쉬운 시장 움직임이었다.

9월에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미뤄졌지만 올해 안에는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전통적인 가치주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성장주들이 장을 주도한지 이제 거의 1년이 돼 가고 있다. 앞으로 가치투자자들이 믿고 있듯이 성장주들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전통의 가치주들이 대반격을 시작할지 정말 궁금하다.


멀리 유럽의 튜울립 버블부터 1990년대 후반 기술주 버블, 가까이는 몇 년 전 차화정 버블까지 역사적으로 버블의 형성과 붕괴는 비슷한 패턴을 반복해 왔다. 버블이 극에 달할 때마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으며, 패러다임 변화 중이라는 논리가 지배했다.


과연 이번에는 진짜 세상이 바뀐 것일까, 아니면 가치투자자들이 주장하듯이 성장주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이들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전통적 가치주의 시대가 다시 올지 주목해 볼 시점이다.

김희주 KDB대우증권 상품개발실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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