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폭스바겐, GM 위기극복 로드맵 따라가나…삼성·LG 수혜 예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30 14:45

수정 2015.09.30 14:45

"폭스바겐 스캔들이 보여주는 건 가솔린과 디젤 기술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차세대 기술로 이동(migration)할 때가 왔다."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사태에 대한 미국 전기자동차 제조사인 테슬라모터스 최고경영자(CEO) 엘론 머스크의 평가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세대의 기술이란 전기차를 뜻한다. 독일 업체들의 '클린 디젤' 신화가 무너지면서 전기차 시대가 앞당겨 질 것이라는 얘기다.
기존 내연기관 진영에서 전기차를 가로 막는 가장 강력한 장애물이 사라졌다는 판단에서다. 엘론 머스크의 예언처럼 주요 완성차 업체의 그린카 전략에도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자동차 배터리 기술을 선도하는 삼성·LG 등 국내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되는 이유다.

■폭스바겐, GM 위기극복 로드맵 따라가나

9월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에 폭스바겐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과거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006년까지 글로벌 판매 1위를 굳게 지키던 GM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2009년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GM은 철저한 반성을 통해 기존 전략을 버리고 새로운 변신을 택했다.

브랜드 숫자를 8개에서 4개로 줄였고, 쉐보레 소닉 등 소형차 위주의 제품 라인업을 기반으로 빠른 속도로 위기를 돌파해나갔다. 특히 전기차 '볼트'를 선보이면서 '기름 먹는 차'라는 오명을 벗어던졌다.

한국지엠 고위 관계자는 "GM이 빠르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중소형 중심으로 제품 전략을 바꾼 것이 주효했다"며 "또 볼트를 선보이면서 연비 등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꾼 것도 위기를 극복하는데 일조했다"고 전했다.

폭스바겐도 배기가스 조작사태를 인한 실추된 회사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과감한 친환경차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폭스바겐은 '패스트(FAST)'로 불리는 미래 자동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업체로는 LG와 포스코가 참여한다.

일부에서는 내년 2·4분기로 예정된 폭스바겐 '미래 자동차 포럼' 개최 시기가 앞당겨 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래 자동차 포럼은 패스트 프로젝트에 참여 업체들이 차세대 자동차 기술을 서로 공유하기 위해 폭스바겐이 마련한 일종의 기술 협의회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관계자는 "폭스바겐을 비롯한 독일 자동차업계가 배기가스 조작 논란에 휘말리면서 디젤보다는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다른 완성차 제조사들도 그린카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삼성·LG "시장 만개 얼마 안 남았다"

폭스바겐 사태가 미래에 전기차로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자동차 배터리 제조사들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일정 규모로 성장하기 위한 시간이 단축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자동차 배터리 제조업체 관계자는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태가) 당장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태가 계기로 전기차 대중화가 최소 1~2년 정도는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 배터리 시장은 삼성SDI와 LG화학이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의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어 이번 사태가 미칠 파장에 대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기대감은 이미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폭스바겐, BMW 등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삼성SDI 주가는 연일 급등하고 있다. 삼성SDI의 주가는 18일 9만8600원(종가기준)에서 25일 10만5000원으로 무려 6.49% 상승했다.


LG화학은 현재 GM과 포드, 르노, 아우디, 볼보, 현대기아차, 상하이자동차 등 전 세계 20여개 자동차 업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상하이와 둥펑, 디이자동차 등 합작법인과 로컬 브랜드를 포함한 중국 내 '톱 10' 업체 중 절반 이상을 고객사로 확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시장 선점을 위한 강력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친환경 자동차 출시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 관련 모델에 장착할 배터리 공급 업체 선정이 단기적으로 가시화 될 수 있다"며 "국내 배터리 및 관련 재료 업체에 긍정적인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김기석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