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WEF가 발표한 '2015 국가경쟁력 평가(The Global Competitiveness Report)에서 우리나라는 최근 10년래 최저치로 떨어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6위(7점 만점에 4.99점)에 머물렀다.
올해 조사대상 국가가 전년에 비해 4개국 감소한 총 140개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비율로 놓고 따지면 사실상 순위 하락이다. 특히, 아시아 주요국 중에선 바로 뒤에 따라붙은 중국(28위)을 제외하곤 싱가포르(2위),일본(6위),홍콩(7위),대만(15위),말레이시아(18위)보다도 낮았다.
WEF가 매긴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2007년 역대 최고인 11위로 올라선 이후 2012년 24위에서 19위로 상승한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기획재정부는 "총 114개 세부 지표 중 71개가 개선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의 정책효과가 일부 가시화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또 "노동과 금융이 순위 상승을 제약했다"면서도 "노동·금융분야의 구조개혁을 본격 추진하면 순위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총 12개 하위 항목 중 7개 분야에서 순위상승이 있었으며 1개 분야(고등교육)가 전년과 동일한 23위를 기록했으며 나머지 4개 분야에서 전년에 비해 순위가 떨어졌다. 거시경제 평가가 7위에서 5위로, 인프라 부분이 14위에서 13위로 개선됐다.
기재부 측은 "노동시장 효율성 항목은 전년에 비해 3단계 상승했으나 140개국 중 83위로 여전히 우리 경제의 약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위지표인 노사간 협력(132위), 정리해고 비용(117위),고용 및 해고관행(115위)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권을 형성했다. 대체로 국내 기업인들의 노동시장 구조에 대한 불만 정도가 여타 국가에서 활동하는 기업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다.
순위가 하락한 4개 분야는 금융(80위→87위)과 기업혁신(17→19위) 기술수용 적극성(25→27위), 시장 규모(11→13위)등이다. 특히, 12개 하위 항목 중 정부가 4대 구조개혁으로 삼고 있는 금융시장 성숙도는 전년에 비해 7계단 내려앉아 87위로 나타났다. 이 역시 국내 기업인들의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불만 정도'가 과테말라(전체순위 78위),우크라이나(79위),자메이카(86위)기업인들에 비해 높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재부가 WEF결과를 놓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한 자평과 함께 노동분야와 금융분야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근거 자료로 활용한 반면 금융부분 순위 하락을 맞은 금융위원회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해 "WEF평가는 자국 기업인 대상 설문조사 위주로 만족조사 성격이 높아 국가간 비교엔 한계가 있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는 "WEF가 작년 하반기와 올해 진행됐던 금융개혁 추진 성과 등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실 WEF평가는 총 114개 항목 중 80개가 설문에 기반한다. 통계지표는 34개에 불과하다. 설문은 WEF의 각국 파트너기관이 해당국 최고경영자(CEO)들을 상대로 진행해 WEF에 제출한다. 국내에선 한국개발원(KDI)가 수행했다.
금융위 측 설명대로 설문에 기반하다보니 주관적 판단이 짙어 단순히 국내 금융시장 수준이 아프리카 라이베리아나 마다가스카르보다 낙후됐다는 식의 설명은 맞지 않다. 그러나 기업인들의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불만 정도가 여타 국가에서 활동하는 기업인들에 비해 높다는 점에선 시사하는 바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140개국 중 '일부 지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80위에서 87위로 밀렸다는 식의 대응은 전체 흐름상 '도긴개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년간 기업인들의 기업환경에 대한 체감정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다 기업혁신 평가 역시 뒷걸음질 치고 있어 정부와 기업 모두 과감한 수준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파악된다.
한편 국가별로는 스위스,싱가포르, 미국, 독일, 네덜란드가 차례로 1~5위를 차지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 최상위 그룹을 형성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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