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한민국의 빛과 소금, 공복들] (73) 서울지방병무청 현역모집과 생계팀

파이낸셜뉴스

"생계 짊어진 젊은이들에 합법적 軍 면제 길 열어줍니다"

생계유지곤란 병역감면제도 부양비율·재산·월수입 기준으로 작년에만 1255명에 면제 혜택

재산·수입 등 허위로 적어 제도 악용하는 경우도 많아 조사관들이 불시에 가족들 찾아 근로능력 여부 확인하기도

1949년부터 제도 운영했지만 몰라서 현역 입대한 사람 다수 병무청 적극적 홍보활동 나서 군부대 찾아 상담 서비스도

"가정붕괴 줄이는 데 사명감 상황은 감면대상 해당되지만 서류상 구제 안될땐 가슴 아파"

서울지방병무청 현역모집과 생계팀 신현경·조영아 주무관, 심종보 계장, 박지은 주무관(왼쪽부터)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서울지방병무청 현역모집과 생계팀 신현경·조영아 주무관, 심종보 계장, 박지은 주무관(왼쪽부터)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무열 사건은 어떻게 된 거죠?" 기자의 질문에 서울지방병무청 현역모집과 생계팀 담당자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연예인 김무열은 생계곤란을 이유로 병무청으로부터 2010년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지만 이후 감사원 조사에서 그와 어머니의 월수입이 병역감면 기준액을 초과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병역기피 의혹이 불거졌다. 조영아 주무관은 "당시 규정상 제출 서류 내용은 문제가 없었고 지급받을 예정이던 출연료인 채권 4600여만원은 미래 소득으로 분류 됐던 사건"이라며 "당시엔 채권 관련 규정이 모호했지만 이젠 확실히 보완한 상태"고 말했다. 당시에는 채권이 미래소득으로 취급돼 관련 규정에서 소득으로 파악되지 않았으나 사건 이후 병무청은 관련 규정을 개정, 채권까지 모두 병역감면제도 심사 기준으로 포함하고 있다. 이후 김무열은 제2국민역편입처분취소처분 및 현역병입영통지처분 취소 소송을 냈으나 패소, 2012년 10월 경기 의정부 306보충대를 통해 육군에 입대했다.

[대한민국의 빛과 소금, 공복들] (73) 서울지방병무청 현역모집과 생계팀

우리나라 신체 건강한 남성이라면 누구든지 가야 하는 곳이 있다. 군대다. '군대라는 대학'이라고 말하기에는 약 2년이란 시간을 적은 보수와 힘든 노동으로 버텨내야 하는 곳이어서 회피하려는 사람도 많다. 대개 권력층 자제, 연예인 등 좋은 배경의 사람들이다. 그들 상당수는 군대를 갈 수 있지만 회피한다. 반면 본인이 입대하면 가정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장애가 있는 부모를 모시거나 나이 어린 동생 등 본인이 없으면 가족 생계가 곤란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가정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합법적으로 군 복무 면제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지방병무청 현역모집과 생계팀이다.

"병역복무변경 면제 신청서 가져오셨나요?" 조 주무관은 박모씨(22)가 제출한 서류 18장을 일일이 검토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박씨가 '생계유지곤란 사유 병역감면제도' 심사용으로 제출한 서류에 빠진 게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조 주무관이 서류를 넘기다 가족관계 진술서를 보며 "형은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박씨는 "형은 태어나서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답했다. 조 주무관은 "1차적으로 서류에 기재된 내용과 본인의 말이 맞아야 하고 관련서류 모두 정확하게 구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제공동의서, 예금통장 사본, 보험증권 사본 등 이날 박씨가 제출한 서류만 13가지였지만 이상 없이 서류는 접수됐다. 박씨는 "1차상담 때 병무청에서 잘 알려줘 서류를 문제 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며 "3개월 후 심사 결과가 나온다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병역과 생계 모두 중요하잖아요"

박씨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정신장애 3급인 어머니와 월세 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박씨는 "이복형제인 형은 찾아온 적이 없어 내가 입대하면 어머니 혼자 남게 돼 생계를 이어갈 방법이 없다"고 사정을 털어놨다. 조 주무관은 "생계유지곤란 사유 병역감면제도는 가정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가정파괴 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생계유지곤란 사유 병역감면제도' 심사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며 안내책자에 기재된 부양비율.재산액.월수입액을 가리켰다. 부양비율은 가족 중 부양할 수 있는 사람과 부양을 받아야 할 사람의 비율을 나눈 것으로, 통상 남성은 부양의무자 1명에 피부양자 3명 이상, 여성은 부양의무자 1명에 피부양자 2명 이상이지만 피부양자 건강상태 등에 따라 완화기준이 다양하다.

재산액은 2015년도 재산액 기준 5600만원이며 월수입액은 2015년 기준, 보건복지부 최저생계비 구분에 따라 1인 61만7281원이다. 그러나 재산액과 월수입액 기준 역시 가정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기준이 있어 관련 기준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조 주무관은 "세 가지 기준에도 각 가정형편에 따라 설정된 기준이 다른 만큼 잘 확인해야 한다"면서 "병무청을 찾아오거나 전화로 상담해 본인이 요건에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장조사, 속이는 사람 잡고 진짜 어려운 사람 구제

서류상 조건에 해당되지 않지만 피부양자의 근로능력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조사관들이 현장에 직접 나가는 경우도 다반사다.

서울병무청 현역모집과 신현경 주무관은 최근 서울 고척동 김모씨(21)의 집을 방문했다. 김씨는 이 제도를 모르고 지난해 4월 입대한 현역군인으로, 뒤늦게 제도를 알고 지난 1월 관련서류를 제출했다. 그러나 김씨는 같이 사는 어머니가 피부양자 연령 기준에서 벗어나 질병 또는 심신장애로 근로능력이 없는 상태여야 피부양자로 인정되고 그래야 면제가 가능했다.

어머니 근로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김씨의 집을 찾은 신 주무관은 당시 상황이 처참했다고 전했다. 그는 "좁은 집 입구부터 쓰레기더미가 쌓여 있었고 개수대에는 음식 국물이 고여 냄새가 진동했다"며 "어머니와 대화를 나눠보니 정신장애가 심각해 보였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 어머니는 신경정신과적 질병(우울증)으로 인정받아 생계곤란심의위원회에 회부됐고 김씨는 병역면제 처리가 됐다. 신 주무관은 "어머니가 가족과 함께 지내면 심리적인 안정을 느끼지 않겠느냐"며 "한 가정을 지킨 것 같아 뿌듯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반대로 군 회피를 위해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모씨(25)는 아버지(52)가 주민등록상 말소(거주불명등록) 상태여서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 생계곤란 사유 병역감면원을 신청했다. 그러나 생계팀의 조사 결과 아버지는 인근 시장에서 일하며 고정수입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면제 처리는 불발됐다.

조 주무관은 어머니 이혼으로 본인이 나이 어린 동생을 부양해야 한다며 서류를 제출한 사람이 있었지만 진술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불시에 현장을 나가보니 본인이 아닌 이혼한 어머니가 동생을 맡고 있어 병역감면처분이 취소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가끔 면제 기준을 맞춰오는 사람도 있는데 불시에 조사를 나가 서류와 다른 내용이 있으면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생계곤란 사유 병역감면 처리를 받기 위해 재산 또는 수입 등을 허위로 기재해 신청한 경우 병역법에 따라 고발되고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제도 홍보 주력…"현역 복무자 다수"

병무청은 이 혜택을 몰라 현역 입대한 사람도 많아 현역병을 대상으로도 적극 홍보 중이다. 조 주무관은 "입영대상자뿐 아니라 가정형편이 어려운데도 제도를 몰라 현역 복무한 사람이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병무청은 이런 사람들을 위해 '찾아가는 병무청'을 2009년부터 운영 중이다. 생계 병역감면 대상자가 제도를 모르고 입영하거나 복무 중 가사상황이 악화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병무청 조사관들이 해당 군부대로 나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2011년부터 올 8월까지 총 704회 진행돼 2327명이 상담을 받고 226명이 병역감면 혜택을 받았다.

병무청의 노력으로 제도 혜택을 받는 사람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1405명이 신청, 1255명이 생계유지곤란 사유로 병역감면을 받았다. 현역입영대상이 986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사회복무(군복무 대신 공기업 등에서 근무) 대상 207명, 현역 혹은 사회 복무를 하고 있는 사람도 228명이나 됐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8월을 기준으로 906명이 신청해 818명이 면제를 받았다. 현역대상이 614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현역 혹은 사회 복무 중 혜택을 받은 사람도 202명으로 증가했다.

병무청 김용두 부대변인은 "자체적으로 제도를 계속해서 홍보하고 수시로 '찾아가는 병무청'을 통해 현역 혹은 사회복무 대상자들을 상대로 상담해주고 있는데 성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씨는 서류를 접수하고 병무청을 나서면서 " 생계팀 덕분에 제도를 알았고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며 "이런 제도가 있어 고맙고 팀에도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조 주무관은 "어려운 사정인데 서류상 도와주기 힘든 경우가 있다"며 "사실상 모시고 살지만 거주사실이 등록되지 않아 규정상 인정할 수 없는 경우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인정받을 수 없어 마음이 아팠다"고. 신 주무관 역시 "사정이 어려워도 규정에 맞지 않을 경우 위원회 회부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생계유지곤란 사유 병역감면제도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mail protected]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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