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때 철거촌 세입자 주거문제 해결 앞장 상인들도 권리금 불이익 없도록 공부해야"
24년 전 노동문제에 관심 있던 스물한 살 청년은 친구들을 불러모아 막일을 해 250만원을 손에 쥐었다. '돈을 잘 써보자'고 생각하던 차에 서울 신대방동 92번지 철거촌이 눈에 들어왔다. "아는 게 없고 힘도 없다. 함께 해달라"는 철거촌 주민들의 말이 그를 붙잡았다. 이렇게 다가온 주거문제는 그를 변호사의 길로 이끌었다.
주거복지 전문변호사로 알려진 법무법인 민본 민병덕 대표변호사(45.사법연수원 34기.사진)의 대학 시절 얘기다. 지난 9월24일 경기 안양시 관양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에게 24년 전 철거촌 상황은 여전히 생생히 남아있었다. 1991년 7월께 '일사랑'이라는 서울대학교 노동문제 연구동아리의 회장을 맡던 때였다.
민 변호사는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세입자는 자꾸 외곽으로 밀려났다"며 "오갈 곳 없는 철거촌 아이들을 위해 유치원, 초중고교 학생들을 아우르는 야학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배반의 아픔도 겪었다. 그는 "당시 '배반의 장미'라는 드라마가 유행했는데 전날까지 술을 함께 마신 마을 주민이 갑자기 재개발조합 편에 서기도 하더라"라고 회고했다.
이어 "구청 앞에서 주택 공영제개발과 철거촌 세입자 주거문제 해결을 외치며 노숙 투쟁을 벌이다 부동산 관련 법전을 접하며 법조인을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에서 연수를 마치고 로펌 부동산팀에 몸담은 민 변호사는 2005년부터 10년 가량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활동 중이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에서 재개발·재건축 분야를 맡고 있다. 2011년에는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당시 박원순 후보의 법률지원단장을, 이듬해 19대 총선 때는 옛 통합민주당의 법률지원단장을 역임했다. 그러다 이달(9월) 중순께 안양에 터를 잡아 법무법인 민본을 차리고 개업식을 성황리에 마쳤다.
지금 그를 찾아오는 이들도 대형 건설사와 거리가 먼 세입자들이 대부분이다.
민 변호사는 특히 "상가세입자의 권리금 강탈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입자는 거래처, 영업상 노하우 등 무형상 이익을 양도받는 대가로 보증금보다 훨씬 많이 권리금을 주고 장사를 한다"며 "계약갱신요구권 보장기간인 5년이 지나면 나가라는 경우가 허다해 권리금을 못받고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올 5월13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정당한 사유없이 임대차계약을 거절할 경우 임대인은 권리금 중 일정 부분을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
민 변호사는 "미흡한 부분들은 여전히 있지만 권리금이라는 개념이 법안에 들어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했다. 그는 "상가임대차계약을 맺을 때 보증을 서는 간부들이 건물주와 이해관계로 둘러싸여 임차인이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잦다"며 "상가임대차보호법 조문의 양이 그리 많지 않으니 상인들도 조문을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hiaram@fnnews.com 신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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