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나라 곳간에 '돈 잡아먹는' 쌀 넘쳐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30 17:25

수정 2015.09.30 22:35

적정수준의 두배인 130만t 관리비용 年 4100억 달해 갈수록 '천덕꾸러기 신세'
문제는 마땅히 쓸 곳 없어 해외원조는 비용 만만찮고 대북지원도 상황 여의찮아
나라 곳간에 '돈 잡아먹는' 쌀 넘쳐난다


나라 곳간에 쌀이 넘쳐나고 있다.

공급 감소보다 가파른 소비 감소, 의무수입물량(MMA) 누적 등으로 적정 재고량의 2배에 육박하는 130만t이 넘는 쌀이 고스란히 정부 양곡창고에 쌓여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가공용, 주정용으로 소비하는 데도 한계가 있고 대북지원, 해외원조 등도 여의치 않아 처치 곤란이다.

특히 쌀 10만t을 관리하는 데만 연간 316억원가량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정돼 적정량보다 한참 많은 양의 쌀을 보관하는 것은 빠듯한 나라재정 상황에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9월 3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양곡연도(매해 10월 말) 기준 정부가 관리하는 쌀 재고량은 지난해 83만8000t이던 것이 지난 7월 현재 132만8000t까지 늘어났다.

풍년인 올해 추수가 끝나는 10월 말께는 정부 재고량이 135만t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관측됐다. 2010년에는 143만4000t까지 도달한 바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전 국민이 60일간 소비할 수 있는 양을 유사시에 대비한 적정 쌀 재고량(공공비축)으로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약 350만t의 쌀을 소비한 우리나라는 FAO 권고기준에 따라 70만~80만t을 적정 공공비축량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35만t가량을 2년에 걸쳐 매입, 창고에 보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적정량보다 실제 재고량이 2배 가까이 많다.

이처럼 정부 곳간에 쌀이 넘쳐나는 것은 쌀 소비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65.1㎏으로 2005년의 80.7㎏에 비해 15㎏ 이상 감소했다. 게다가 올해부터 쌀 관세화를 선언했지만 그동안 유예의 대가로 들여오기로 한 MMA 쌀 40만9000t을 수입해야 해 쌀 재고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엔 MMA 물량의 30%인 12만3000t을 밥쌀용으로 수입했다.

쌀 풍년인 올해는 수확기를 앞두고 재고량이 더 증가할 요인도 있다. 쌀을 적정 수준 이상 보관하는 데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야 한다. 정부는 현재 전국에 있는 3800여개 양곡창고에 쌀을 보관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쌀 10만t을 보관하는 데는 순수 보관료 61억원, 쌀의 성분 등이 바뀌는 고미화로 인한 가치 하락 220억원, 금융비용 35억원 등 연간 316억원이 소요된다. 이를 단순 대입할 경우 현재 쌓인 130만t을 보관하는 데만 연간 4100억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산더미 같은 쌀 재고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농촌경제연구원 김태훈 곡물관측실장은 "현재도 (쌀을) 가공용이나 주정용으로 쓰는 데는 거의 한계치에 도달했다. 그렇다고 사료 등으로 활용하는 것도 (업체들의) 거부반응이 많다"면서 "쌀 재고를 처리하는 비용은 저소득층 등 사회복지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차원에서 (재고를 줄일 수 있는) 장기계획 수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쌀을 해외원조나 대북지원용으로 활용하면 재고를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해외원조는 운송료 등이 추가로 소요돼 정부로선 또 다른 부담이다.
무상으로 진행되는 해외원조는 10만t당 2432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2010년 이후 중단된 대북 식량지원을 넘치는 쌀 때문에 다시 시작한다는 것도 지금의 남북 관계상 내리기 쉽지 않은 결정이다.


김종훈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묘수는 많지 않다"면서도 "연간 주정용으로 20만t, 가공용으로 23만~24만t의 쌀이 각각 사용되고 있지만 이를 내년에는 합해서 60만t가량으로 늘려 활용하자는 방향으로 업계와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