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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이슈피플] 최연식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회계감사, 품질평가 통해 가격 차별화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30 17:48

수정 2015.09.30 22:04

등급별 세분화 통한 '명품 서비스' 인식 강조
[회계&이슈피플] 최연식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회계감사, 품질평가 통해 가격 차별화해야"

"회계감사에 대한 감독당국의 품질 평가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졌으면 합니다. 그래야 비용이 들더라도 좋은 감사인에게 받겠다고 나서지 않겠습니까."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최연식 교수(사진)는 좋은 회계감사 '서비스'를 위한 첫걸음을 이렇게 제시했다. 현재는 감독당국이 회계법인에 대한 평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는 등급별로 세분화해 공표하자는 것이다.

최 교수는 "지금은 기업이나 은행, 신용평가사는 물론 회계법인조차도 밸류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서 "하지만 어떤 회계감사인에게서 받는가에 따라 신용등급이나 대출금리 등에 차별화를 두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돈을 주고 회계서비스를 '산다'는 인식의 전환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최 교수의 판단이다.

대다수 기업들은 비용에 상관없이 회계감사보고서의 품질에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값싼 회계법인을 찾게 되고, 회계법인은 소극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 처럼 기업이 투명하려고 노력한다는 시그널을 투자자에게 주기 위해 비싼 회계감사를 쓴다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회계감사 보수가 지나치게 낮다'는 주장에 대해 최 교수는 "맞는 얘기지만 전부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회계사가 일주일에 2∼3개 회사가 아니라 1개 회사만 나가면 더 열심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돈 많이 받고,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고 해서 무작정 품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스스로 전문성을 더 키워야 하는데 노력이 부족한 회계사가 더러 있다"면서 "특히 회계사는 숫자 하나 틀리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직업의식과 경제적 이해에 흔들리지 않는 윤리의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마다 새로 배출되는 회계사는 최소 850명에 이른다. 최 교수는 "기존 회계사들의 '밥통'을 생각해서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는 반대한다"며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회계사의 손길이 필요한 구석이 많다"고 했다.

최 교수는 오히려 회계법인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언급했다. 새로운 회계사가 많이 나오다보니 소중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회계법인들이 내부에서 인력을 키워야 하는 데 얼마든지 값싸게 데려다 쓸 수 있으니 소중게 다루지 않는다"면서 "결국 학습과 성장의 기회가 제약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감사'라는 단어를 '회계인증서비스'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단어 자체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다.
그는 "기업 내부의 부정부패를 바로잡는 것은 내부감사가 할 일이고, 회계사는 회계기준에 맞게 했느냐에 초점을 맞춰서 일을 한다"며 "회계사 입장에서는 '감사'라는 단어가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최 교수는 삼정KPMG에서 3년 동안 일하며 100개가 넘는 기업의 회계감사를 맡았었다.
이후 기획예산처를 거쳐 모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난 2011년 9월부터 경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윤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