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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형 '독불장군 경영'에 리테일 흔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30 17:49

수정 2015.09.30 17:49

"서비스 선택제 도입 거부땐 리테일 직원 100명 자르면 된다"
내년 3월 퇴임 앞두고 직원들 의견 배제한 채 서비스 선택제 독단 강행
사내 메일 '반대' 여론에 메일 삭제·차단까지 지시 지점장들 집단 반발 불러
주진형 '독불장군 경영'에 리테일 흔들

내년 3월 퇴임을 앞둔 주진형 사장의 '독불장군식' 경영으로 한화투자증권의 리테일부문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서비스 선택제'를 강행하려는 주 사장과 이를 반대하는 임직원들 사이에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 이 과정에서 주 사장은 현장 직원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내부 의사소통까지 차단해 원성을 사고 있다.

앞서 주 사장은 지난 8월 주식 위탁계좌를 고객군에 따라 2개로 분리하고, 고객에게 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서비스 선택제를 오는 10월 5일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주식투자 시 상담.관리가 필요한 컨설팅계좌는 프라이빗뱅커(PB)의 조언을 제공하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다이렉트계좌는 저렴한 비용과 편리한 매매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직원들은 배제됐고, '싫으면 나가라' 식의 독단적인 질주가 이어졌다.
9월 25일 열린 경영회의에서 주 사장은 "서비스 선택제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리테일에서는 100명의 직원을 자르면 된다"고 말했다.

또 "서비스 선택제는 부드러운 구조조정의 수단이고, 이를 통해 능력없는 직원들의 자연이탈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서비스 선택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에서의 브로커리지 붕괴"라며 브로커리지 영업을 부정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약 4~5개월 전부터 수 차례 토론회가 열렸지만 서비스 선택제에 대한 반대 의견은 번번히 일축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추석연휴 전 직원들이 사내 메일을 통해 반대에 뜻을 모으자 주 사장은 담당부서에 관련 메일들을 모두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메일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연휴 기간 사내메일 송수신을 제한하는 등 내부소통을 차단했다.

급기야 전국 지점장들은 9월 30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주 사장과 면담을 갖고 '서비스 선택제의 시행을 전면 유보해달라'는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들은 '서비스 선택제도 시행에 대한 입장'에서 "고객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고객과 영업사원의 이탈로 인해 영업기반의 심각한 손실이 예상된다"며 "서비스 선택제 관련 업무는 고객보호를 위해 전면 유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사 팀장 32명도 이날 내부통신망에 "직원과 고객을 대상으로 리테일의 붕괴를 가져올 무책임한 실험을 하지 말아달라"는 글을 공동명의로 올렸다. 상당수 PB들도 사내 메일을 통해 서비스 선택제 전면 유보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 사장의 무의미한 임기고수 및 이에 따른 무책임한 제도 강행은 새로운 전략과 미래를 준비하려는 행보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조직의 혼란과 직원 간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책임있는 결단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화증권 임직원들은 서비스선택제가 시행 후 리테일 영업의 근간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건별 수수료 인상에 따른 고객 수수료 부담이 증가하면서 자산 이탈이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한화증권의 한 지점장은 "서비스선택제는 고객들의 호응도 없고, 직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부담을 갖고 시작하는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고객 관리정책도 내놓지 않은 마당에 주 사장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면서 고객과 직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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